촛불시위를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준엄한 꾸짖음이 화제다.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저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을까. 영화 제목 식으로 말하면 이 상황에서 미친놈, 덜된 놈, 이상한 놈은 누구인가? 생각을 해야 한다. 인문사회적 사고의 기본기를 키워주는 책들이 최근 꽤 선을 보였다. 진보를 위한 개론서들이라고 할까. 말을 주고받는 인터뷰 형식이 좋다면 김규항이 말하는 진보 이야기 <가장 왼쪽에서 가장 아래쪽까지>가 있고, 좀더 근본적인 이론적 체력 키우기가 필요하다고 느낀다면 이택광의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 가이드>가 좋겠다. 오늘의 한국을 여러 관점에서 조망하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 만한 책이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다. 2009년 연말 휴머니스트와 오마이뉴스가 공동으로 열었던 민주주의 특강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한홍구, 진중권, 우석훈, 오연호, 박원순 등 총 12명의 강사가 참여했다.
도정일 교수의 여는 말은 왜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이 여는 글만 읽어도 책을 사는 게 아깝지 않다). “모든 몰락에는 오만이 선향한다고 속담은 말한다. 강대한 문명은 자기 힘에 대한 과신과 그 과신이 빚어낸 오만 때문에, 그 오만에 취하고 젖어,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지를 보지 않는다.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는’ 것이다. 문제를 보지 않으려는 그 적극적 기피의 경향이 한 사회에서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사회가 ‘사유의 정지’ 현상을 보일 때이다.” 우울한 전망과 암담한 미래 때문에라도 “우리는 어떤 세계를 지향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포기할 수 없다.
실린 글 중 한국의 아파트 문화에 대한 우석훈 교수의 글은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진 강에 이르는 생각의 단초를 제공한다. <씨네21>에 ‘진중권의 아이콘’을 연재 중인 진중권의 글은 ‘최고’를 좋아하다가 상상력과 독특함을 잃어버리는 한국을 들여다본다. 정치적으로 진보를 말하면서 일상적으로는 보수를 행하는 것은 어째서일까.
청중과의 질의응답도 소개되는데, 여기 등장하는 질문도 흥미롭다. 촛불시위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연 청중은 이렇게 묻는다. “대학에서도 교수님이 지나가는데 담배를 피운다든지… 학생들에게 어디까지 자유를 주고 어디까지 통제해야 할까요?”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같은 나라에 사는 게 힘드니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마을을 만들어서 그 마을을 국가화하는 건 어떨까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이런 질문을 만날 때마다 그 대답을 생각해보는 것이야말로 이런 책의 가장 긍정적인 쓸모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