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를 이용하게 됐다. 처음에는 무료로 쓰는 문자 메시지 정도로 생각했다. 조금 뒤에는, 만연체 방지 기능을 탑재한 블로그로 여기면 되겠다 싶었고, 지금은 삼삼오오 마실 나가 세를 넓히거나 그냥 지인끼리 (아니면 혼자서라도) 소요하는 집회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정도 무리는 짓되 옆에 뒤에 은근히 기웃거리며 동정을 살피는, 그렇게 대오를 포기함으로써 오히려 다른 질서가 생긴 광장 같은 느낌. 재밌다. 예전 PC통신 시절 영화퀴즈 따위를 핑계로 밤새우며 한담을 나누던 (말 그대로 트윗거리던) 채팅룸이 무한히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확장된 듯도 하고, 미니홈피에서 남의 아포리즘과 주말의 외식 메뉴, 적절하게 골라 내 센스를 전시해야 하는 배경음악 따위 장식물들을 싹 제거하고 간명한 멘트 또는 의미있는 단신의 공유만으로 너와 내가 만나자는 기획이니 은근히 즉자적인 매체 같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과 매체는 결국 자기를 알아달라는 건데(황지우 <聖요한 병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라고 별수 있나(사회적 관계망이라고 하면 어디가… 덧난다). 이곳 역시 물질이든 명성이든 이미 상징자본을 더 가지고 있는 이들은 단 몇개의 트윗만으로도 화제가 되며 구독자를 기하급수로 늘리고, 무명씨들이 틈틈이 그리고 진중히 발하는 어떤 감읍할 문장들은 그렇게 아는 사람만 아는 식으로 정리된다(저요, 저). 다만, 여기에 실제 공간과 재화가 투입되는 것이 아니기에 괜한 인정욕구에 치이지만 않는다면 널럴한 타임라인이 실망할 그것은 아닐 터. 그 기울기를 조절하는 방식에 관한 공론도 슬슬 퍼져 있지 않을까 해서 ‘트위터’, ‘유형’, 이 두 가지 단어로 검색을 해봤더니, 역시나, 트위터 사용의 온갖 타입에 대한 이런저런 ‘색깔론’들이 재밌게 떠도는데 그중 한 영국 트위터러의 분류법이 일목요연 공감이 간다.
인기에 살고 인기에 죽는 토니는 스타 트위터러
소통과는 관계없이 팔로어 수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the gold digger, 매일 바쁘게 업데이트하는 데 보람을 찾고 있는 전형적인 수다쟁이 타입의 chatterbox, 전형적인 리더그룹으로서 지식을 공유하며 자신의 follower들을 세심하게 체킹하는 Tribal Elder, 그리고 바로 그런 리더그룹 몇명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트윗을 하는 Tribal Member, 그리고 대화에는 끼어들지 않으면서 새로운 정보를 보는 데 만족하는 일명 잠복자 그룹 The Lurker, 평소에는 잠복자 그룹과 비슷하다가 특정 주제가 나오면 그 발화자를 타깃으로 삼고 사살하려듯 덤비는 Sniper, 이미 현실세계에서 명사인 사람이 온라인에 진입하자마자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리게’ 되는 the Celebrity 그룹, 그 밖에 주로 기업의 PR을 목적으로 하는 Sock Puppet 그룹 등등.
과연 재밌다. 다만, 온라인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순진한 기대는 이제는 다들 좀 접고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빌 게이츠가 트윗을 하고 오바마가 트윗을 한들 정보의 비대칭적 상황, 쉽게 말해 ‘네가 모르는 걸 나는 알지롱’ 하며 그 기울기를 이용해 장사도 하고 정치도 하며 이윤이나 업적을 남기는 사람들이 진짜 고급 정보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할 일은 없지 않겠는가. 가령, 모 금융회사 간부가 트윗을 참으로 살갑게 한다 한들 파생상품에 대한 정보를 망원동 쪽방의 인디뮤지션과 나눌 일은 없을 것이고, 스타 여배우의 트윗을 열심히 구독한들 어차피 매체를 통해 건네받을 정보나 정서 이상을 나누기는 힘든 것이다. 결국은 뻔한 교훈. 이 거두절미의 매체로 간담상조하는 건 좋은데 과유불급이거나 견문발검이면 낭패고 고장난명이 최선인데 어쩌면 이 서비스 또한 권불십년 아닐까 하는 생각.
각설하고, 오늘의 영화는 <아이언맨2>. 본래의 정체성을 감추는, 나아가 애초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는 다른 슈퍼히어로들과 달리 자신의 원래 모습을 드러내고 과시하며 그 생얼에 대한 호응을 다음 출동의 동력으로 삼는 참 적나라한 영웅. 비유하자면, 과외의 행사에 더 관심이 많은 연기파(?) 배우랄까. 연기든 춤사위든 노래든 자신의 과업이 곧 자신의 정체성이기에, 그런 연희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에 복무하는 것 외에는 관심없어하던 (없는 척하던) 전통적인 의미의 예인들과 달리 꺅 소리 들으며 예쁨 받는 즐거움으로 무대를 밟는 마음이 크다는 걸 인정하는, 그래서 청중의 환호를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다음 쇼를 세공하는 명사들. 천연덕스럽다고 하기엔 이미 우리 모두 합의한 게임- 소녀그룹의 다음 안무, 청바지 입은 CEO들의 프레젠테이션, 레드카펫에 신경 쓰는 예술영화 감독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아름답다면 고마울 뿐이고(가령 김연아).
미키 루크는 저격자, 존 파브르 감독은 마케팅형
다시 트위터로 비유하자면 인기에 살고 인기에 죽는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자신은 아무도 구독하지 않되 뭇 대중이 그 일거수일투족을 좇는 스타 트위터러. 본인 또한 그 추종자들을 의식하며 작금의 정세 판단에 대한 촌철살인의 멘션을 록스타 독설마냥 꾸준히 제공하는 능력자인 셈이다. 반대로, 라이벌 군수회사인 해머 인더스트리의 사장은 그런 토니 스타크와 맞팔(서로 팔로를 하는) 좀 하며 살고 싶은데 듣보잡 취급받자 심통이 난 급이 낮은 논객 지망생. 혼자 열폭하는 건 괜찮은데 덕분에 여러 사람이 ‘변’을 겪는다. 한편 영화 <레슬러>에서의 아우라를 여기까지 대출받아온 미키 루크는 아까의 트위터 유형 분류로 치면 저격자 타입. 어쩌면 자신의 것일 수 있었던 토니 스타크의 잉여에 애증을 갖는 건 정당한데 그 능력을 효용 낮고 자기 파괴적인 퍼포먼스로 표출을 하는 이해 불가의 캐릭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단한 혜안을 요구하는 것도 재미없겠지만 ‘자신의 몫’을 요구하는 그룹을 애초에 말이 통하지 않는 무법자로 서술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노조는 회사를 파괴하려 든다’는 식의 선입견과도 싱크로). 하나 숙고할 틈도 없이 계속 나오는 팔로어들. 아이언맨 슈트를 공유하게 되는 육군 중령(돈 치들), 그 동네 코믹스를 모르는 나 같은 관객으로서는 뜬금없는 쉴드국장(새뮤얼 잭슨), 무엇보다 프로필 사진만으로 아이언맨이 팔로잉을 고민케 하는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아, 그러나 하위플롯이 너무 많다, 잡다한 멘션들에 비해 적절한 리트윗은 보이지 않고 그리하여 타임라인이 산만해진다. 리무진 기사 역할을 직접 연기한 존 파브로 감독의 팔로잉 욕심이 과했던 듯. 트위터러 유형으로 치면 스타와의 친목을 어떻게든 전시하며 자신의 팔로어를 누적시키는 데 혈안인 일종의 마케팅형. 그래서 ‘당신의 과업은 무엇인데’라고 물으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는 멘션밖에는 답이 없는 타입. 어찌됐든 이 모든 타임라인의 진행을 관망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던 비서 페퍼(기네스 팰트로)는 결국 슈퍼스타와 아이언맨과의 맞팔에 성공한다. 고민 끝, 파워트윗팅 시작?
모르지. 팔로 미, 팔로 미, 나 역시 티아라 노래마냥 오지랖을 떤 뒤엔, 뭔가 의미도 있고 재치있고 윤리적으로도 민감해 보이는 문장을 얼른 상단에 올려, 여전히 덤덤하고 센스있는 내 존재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확인시켜줘야 한단 조급함에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아아, 영험한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