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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어- 어- 어” 그 소리가 좋다

영화를 보면서 내는 한국 관객만의 특이한 표현법

<나는 악마를 보았다>

지난달 우디네극동영화제에서 한 일본인 친구가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한국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소리를 내는지 물었다. 간간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 치며 즐기는 이탈리아 관객 속에 섞여 영화를 보고 나온 참이었다. 일본 관객은 너무 조용하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걸 영화에 대한 존중이라고 볼 수 있지만 소음을 내는 관객과 영화를 보는 게 훨씬 재미있다”고.

큰 차이는 아니겠지만 문화권에 따라 관객은 영화에 다르게 반응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화를 보며 웃는 것은 보편적이다. 그러나 극장에서 관객이 내는 다양한 소리는 문화적으로 특수하다. 예를 들어, 미국인은 스크린과 대화를 한다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면 조롱하며 콧방귀를 뀐다. 때로는 주인공에게 충고한다(“그 문을 열면 안돼!”).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에 같이 간 친구에게 코멘트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한국 관객 사이에 미국 관객 한두명이 앉아서 영화를 보면 어김없이 티가 난다. 가끔 내 미국 친구들이 영화를 같이 보자고 초대해서 가면 영화를 보면서 커다란 팝콘 한통을 먹으며 서로 수다떨기에 바쁘다. 그러면 주위 한국 관객이 돌아보며 째려보기 일쑤다. 이 나라에서 제법 오래 산 나는 그들 옆자리에서 몸을 낮추며 한국인인 척한다.

한국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의견을 잘 표현하지 않지만 다른 식으로 반응한다. 스크린에 빨리 반응하며 크게 소리내 웃거나 공포영화를 보면 소리를 지른다. 한국 관객은 영화를 존중하며 침묵을 지키는 태도와 개인적인 수다를 떠는 태도의 중간쯤에 자리해 있다. 한국에서 영화를 보면 주위 관객의 존재를 느끼지만 그게 영화를 보는 데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물론 극장에서 가끔 휴대폰이 울리긴 하지만 그건 한국에만 해당하는 경우는 아닌 것 같다. 특히, 세개의 다른 대륙에서 영화를 보아온 내가 다른 곳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한국 관객만 내는 특이한 소리가 있다.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일이 일어나는 장면이나 때로 닭살 돋는 유치한 대화 중간에 나는 소리다. 그 소리는 중간 톤으로 시작해서 끝에 가서는 높은 톤이 되는 “어- 어- 어”다. 남자들이 아니라 여자들이 내는 소리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다른 나라에서는 충격적인 장면에 보통 남자들이 반응하는데 한국에서는 여자들이 반응한다. 분위기에 따라 소리의 톤이 섬세하게 달라지며 재미 또는 초조함을 표현한다.

나는 그 소리가 좋다. 부천영화제에 오는 외국 감독은 그 소리를 들으며 무척 좋아한다. 한국 감독들이 최근에 나온 소름 끼치는 스릴러 시나리오를 쓰면서 영화가 최종 상영될 때 극장에 앉아서 그 소리를 듣는 것을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고대하는 게 아닐까 싶다. 김지운의 <나는 악마를 보았다>의 상영은 강도 높게 긴장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 들었다. 김지운 감독의 국제적 명성을 생각하건대 아마도 유럽의 이름 높은 영화제에서 처음 상영되리라. 그러나 그 영화를 보기 가장 좋은 곳은 아마 여기 한국일 것이다. 한국영화의 질은 들쑥날쑥하지만 한국 관객은 언제고 같이 영화를 보기에 최고의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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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