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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한지붕 두집 살림 말이 됩니까
강병진 2010-05-17

경남 지역에 두개의 영상위원회가 만들어진 까닭은?

지난 3월26일에 열린 경남미디어영상위원회 출범식 현장

지난 1월22일, 위촉장을 받은 박상원 경남영상위원회 위원장

변명부터 하자면, 서울에 있는 터라 서울 외 지역 소식은 늦는 편이다. 경상남도에 두개의 영상위원회가 생겼다는 소식도 우연히 링크를 타고 들어간 경남도민일보 사이트에서 발견했다. 올해 1월22일에 출범한 경남영상위원회(위원장 박상원)에 이어 지난 3월 경남미디어영상위원회(이사장 공영윤 도의원)가 출범했다고 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사설을 통해 “주관 단체가 둘로 갈라져 갈등한다는 건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영상위원회는 영화나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의 로케이션 유치와 지원사업을 하는 기구다. 제주영상위원회는 미디어센터를 위탁운영하는데다, 심지어 난타전용관으로 대여사업까지 벌인다고 하지만 영상위원회의 본래 개념은 그렇다. 언뜻 생각하면 이런 단체가 한 지붕 아래 2개가 있다고 해서 문제될 게 뭐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지자체가 거둔 세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인 만큼 중복예산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애초 2개의 영상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을 세워놓았거나, 혹은 서로 다른 입장에서 업무를 진행한다면 모르겠지만 경남도청이 그런 구상하에 2개의 단체를 만든 건 아닌 듯 보인다.

지난해 4월17일에 열린 경남영상위원회 설립과 관련한 공청회에 참석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설립과정에서 불거진 지역주의에서 비롯된 결과 같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영상위원회를 어떻게 설립해서 어떻게 운영해 갈지에 대해 경험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자리인 줄 알고 갔었다. 그런데 영상위원회를 진주에 유치해야 한다는 쪽과 마산-창원에 유치해야 한다는 쪽이 서로 대립하고 있더라. 각 지역의 교수들과 도의원들이 편을 갈라서 자기쪽 의견만 이야기하고 있었다.” 경남도민일보에 따르면 이후 경남도는 ‘경남 영상산업 육성조례’를 만들었고, 사무국 소재지를 심사할 육성위원회를 꾸린 뒤 마산을 소재지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공정성을 의심하는 진주유치단의 반발이 거셌고, 경남도청은 지난해 말 ‘서부 경남 법인 3억원 지원’ 항목을 만들면서 영상산업 활동 육성을 위해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제시했다고 한다. 민간단체로 출범한 경남미디어영상위원회는 이 조례에 따라 도비 3억원을 지원받았다. 말하자면 선 지원, 후 설립인 셈이다.

하지만 두개의 같지만 다른 영상위에 속한 실무진은 정작 크게 문제될 게 없다로 여기고 있다. 어느 소속인지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실무 관계자는 “두세번의 회의를 함께하면서 촬영유치도 같이 하고 로케이션 DB도 공유하면서 잘 지내보자는 생각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밖에서는 정치적인 시선으로 보지만, 사실 우리가 신경 쓸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두 조직이 합쳐지든 아니든 간에 그건 나중에 벌어질 문제다. 도청에서도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 걸 반갑게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협업이 원활하다면 왜 굳이 두배의 예산을 써야 하는 걸까. 업무적 성격과 지향하는 바가 같은 두 조직은 왜 필요한가. 경남도청쪽은 “공식 창구는 경남영상위이며 경남미디어영상위는 사적인 법인으로 내년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따로 심사를 거친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에도 왜 2개의 단체가 필요한지에 대한 답변은 없다. 지역 반발을 최소화하려는 경남도청의 애매한 태도 때문이 아니라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