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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14세와의 만남을 그린 다큐멘터리 <선라이즈 선셋>
주성철 2010-05-12

<선라이즈 선셋>은 달라이 라마 14세와의 만남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그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취합하거나 그의 지난 세월을 되짚어보는 형식이 아니라, 그저 달라이 라마와 함께했던 아주 특별한 하루의 기록이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러닝머신을 달리고 신성하고 경건한 큰 절 ‘오체투지’와 기도, 명상의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카메라와 내레이터는 가만히 그의 일상을 좇으며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고, 또한 달라이 라마의 설법이 시작되면 가만히 경청한다.

다큐는 종종 저속촬영의 영상으로 휙휙 지나가는 주변과 사물의 속도를 보여주는데, 그것은 윤회론에 따를 때 14번째 생을 맞은 달라이 라마에게는 같은 시간이 14배나 빠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는 우리 범인들과는 다른 차원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하지만 카메라는 그가 지내고 있는 다람살라 주변의 사람들의 모습, 비폭력의 아이콘이지만 늘 무장경찰이 호위하지 않으면 안되는 아이러니한 상황, 그리고 “5시간 이상 계속될 때도 있는 그의 설법을 집중해서 듣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내레이터의 고백이 더해지면서 하나의 ‘상징’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달라이 라마에게 다가간다.

다람살라에는 그와 한번이라도 마주하기 위해 전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선라이즈 선셋>은 책이 아닌 음성과 영상을 통해 그의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들려지는 그 음성에는 가끔 한국어도 들려 반갑다. 그렇게 달라이 라마를 귀찮게 하지 않으면서 가만히 뒤를 따르는 이 다큐는 “대체 이 힘없는 망명 승려로부터 얻고자 하는 건 무엇일까?”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위기에 처한 지구촌의 위기 위에 그의 얘기를 겹쳐놓는다. <선라이즈 선셋>은 인물과 사건을 붙잡고 개입하며 해석하는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가만히 음미해야 할 명상록 같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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