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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님, 콜 미!
장영엽 2010-05-11

<원 나잇 스탠드> 출연한 영화 칼럼니스트 달시 파켓

“영업 끝난 목욕탕은 춥더라고요.” <씨네21>의 칼럼니스트, 달시 파켓이 배우로 나섰다. 옴니버스영화 <원 나잇 스탠드>의 세 번째 에피소드(장훈 감독)에서 저명한 영화평론가 로메르 역을 맡은 것. 파켓은 첫 영화 출연임에도 세 단편영화 속 베테랑 배우들을 제치고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목욕탕 때밀이 남자와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며 전신 노출과 동성애 로맨스를 선보이는, ‘센’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이다. 평소 영화제와 각종 시사회에서 목격할 수 있는 그의 온화하고 차분한 모범생 이미지를 생각하면 파격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연이 궁금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과 <버라이어티>의 한국 통신원으로 활동하는 달시 파켓은 우디네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참석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여전히 전주영화제에 머물고 있는 그와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찍는 게 힘들다기보다는 친구나 학생들이 절 배우로 보지 않을까봐 걱정했어요. (웃음)” 달시 파켓은 제작사로부터 영화에 출연할 외국인 교수의 섭외를 부탁받았다가 상황이 여의치 않자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라는 건 들었지만, 장훈 감독의 전작 <불한당들>에 대한 애정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일단 마음을 굳힌 다음엔 거리낌없이 연기에 임했다. 뛰고, 느끼고, 벗고, 웃었다. 그리고 섭외도 했다. 어떤 역할이냐고? 파켓과 함께 웃통 벗고 게이 커플의 느낌을 팍팍 풍길 외국인 남자였다. “처음에 (역시 <씨네21>의 칼럼니스트인) 스티븐 크레민에게 제안을 했는데요. 안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옆에서 밥 먹던 <버라이어티>의 러셀 에드워드 평론가에게 부탁했어요.” 오 마이 갓. <씨네21>의 두 필자가 게이 커플로 등장할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쉽다.

영화 출연이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는 달시 파켓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조심스럽게 “홍상수 감독 영화 속 등장인물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어쩐지 아주 가능성없는 얘기 같지는 않은데…. 홍 감독님, 달시 파켓의 캐스팅을 고려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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