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삼군이 요즘 영 그렇다. 해군은 괴롭고 육군은 삽질하고 공군은 쉰다. 육군은 ( )강 파내기에 투입되고, 공군은 훈련장에 그 ( )강에서 파낸 흙을 쌓아야 하는 관계로 사격훈련을 줄였다. 해군은…, 살아 있으면 다행이다.
괄호 표현은 선관위의 눈치를 봐 알아서 기는 것이다. ( )강 사진전도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정작 찬반양론이 팽팽한 사안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정부가 하고 있는데 말이다. 찬성쪽 후보자를 돕는 ( )강 공사도 선거 때까지 중단해야 마땅하지 않나요? ( )종단 종교인들은 ( )강 글자가 가려진 펼침막을 들고 걸었다. 늦기 전에 ( )강에 한번만 가보자고 간곡히 당부한다. (멀쩡한 강을 배경으로 영화 찍을 분들도 서두르셔야겠어요. CG는 싫어요.)
공군은 그래도 훈련장을 내줄 수 없다고 버텼던 모양인데 끝내 청와대를 등에 업은 국토해양부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나보다. ( )강 사업 기한을 2011년 11월로 못 박은 것은 그분의 뜻이다. 오죽 급하면 군대까지 동원할까 싶은데, 대체 왜 그렇게 급해야 하는지는 역시… 그분밖에 모르겠지.
김영삼 정권 때인 1990년대 중반 이래 병력이 대민 지원이나 군 작전지역 공사가 아닌 정부 사업에 이렇게 투입되는 일은 없었다. 그것도 국민의 과반수가 곱게 보지 않는 공사에, 정부 하청을 받은 민간 업자를 거들기 위해서 말이다. 여보세요. 안보 강화하자면서요.
거듭 느끼지만 이분의 안보 논리는 참 독특하다. 이젠 군대에 이어 국민까지 나무란다. 그래. 미안하다, 잊고 살았다. 불과 50km 거리에서 호전적인 세력의 장사포가 겨누고 있음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불안을 잊고 살게 해주는 게 나라가 할 일 아니야?
아무리 천안함 참사는 북한의 도발이라고 심증이 간다 해도 물증이 없는 상태에서 미국, 중국 바짓가랑이 붙잡고 북한하고 놀지 말라고 떼쓴들 한반도의 평화가 유지될까.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주거니받거니 북한의 소행임을 단정하고 행동으로 단호하게 조치하겠다는데, 뭘? 설마…? 또 그런 추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합동조사단은 왜 꾸렸나. 일의 앞뒤, 위아래, 안팎이 뒤죽박죽된 이런 행보는 장사포보다 국민을 더 불안하게 한다. 그나저나 장병 여러분께 간만에 위문편지 띄운다. 최소한 양심에 따라…, 삽을 놓지는 못하더라도 최대한 뺀질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