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버스를 기다리는 일과 같다. 한대를 기다리는 동안 30년이 지났는데, 두대가 연달아 오니 말이다.”(<가디언>) 기다리던 버스가 왔다. 리들리 스콧이 무려 30년 만에 <에이리언> 속편의 연출을 맡기로 결정했다. 스콧 감독으로서는 1982년의 <블레이드 러너> 이후 첫 SF물 연출이다. 오랫동안 시리즈의 창조자가 만든 속편을 눈빠지게 기다려왔을 SF팬들에게는 또 다른 반가운 소식도 있다. 리들리 스콧의 속편은 두편에 걸쳐 제작될 예정이고, 3D로 만들어진다. 제임스 카메론의 <에이리언2> 이후 4편에 이르기까지 혹평과 조소를 면치 못했던 <에이리언> 시리즈는 과연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새로운 속편은 1979년작 <에이리언>의 전사(前事)를 다룬다. 그러니까 시고니 위버가 타고 있던 우주선 노스트로모호가 정체 불명의 우주선을 발견하고, 외계 생명체와 사투를 벌이기 이전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러한 줄거리를 담은 첫 번째 속편은 이미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2011년 말이나 2012년에 개봉할 예정이다. 하지만 두 번째 속편을 연달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편의 결과를 봐서” 2편의 향방을 결정한다니 <에이리언> 팬들은 리들리 스콧의 첫 번째 속편이 성공적으로 안착되길 간절히 바라야 할 듯하다.
<에이리언>의 속편 제작에는 한 가지 비화가 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원래 역할은 프로듀서였다. 스콧은 TV 광고감독인 후배 칼 린시에게 메가폰을 쥐어주려 했으나, 유명 감독이 연출을 맡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기가 불편해진 이십세기 폭스의 요구에 따라 직접 연출을 맡게 되었다. 하긴 제작사가 줄거리도 바꾸는 세상인데, 연출자 선정에 압력을 넣는다는 게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린시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우리 모두는 리들리 스콧의 속편이 정말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