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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점수 따로, 지원금 따로?
강병진 2010-05-03

부산국제영화제에 낙제점수를 준 당신은 누구인가. 최문순 의원이 지난 4월28일, 보도자료를 통해 물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09 국제영화제 평가 점수표를 확인한 최문순 의원실은 “두명의 특정 평가위원이 모든 영화제에 대해 평균 이하의 점수를 줬으며, 두 평가위원의 평균점수가 전체 평균보다 무려 40점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최고·최하점의 차이가 무려 120점이 나고 있으며, 특정 심사위원은 부산국제영화제 점수를 300점 만점에 91.6점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문순 의원실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제영화제 지원방향과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김지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영화제에 대해 잘못된 사실과 부정적 인식을 가진 이가 국제영화제를 평가했다는 사실이 수치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평가서를 확인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모든 영화제에 대해 부정적 기술을 한 두명의 평가위원이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인 것 같다”는 예측을 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이 영화제 평가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지난 8일, 토론회에서 밝혀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낙제점수를 주었는지는 현재로서 확인할 길이 없다. 또 그렇다 하더라도 평가위원으로서 자신의 기준으로 매긴 점수일 테니 문제삼기 어렵다. 다만 이들이 정말 제대로 평가를 했을지는 의문이다. 당시 토론회에서 정헌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조희문 위원장과 정초신 부위원장이 평가작업에 참여할 당시에는 영진위 위원장으로 위촉되기 전이었다”고 해명했다. 통상적으로 4월에 열리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부터 평가를 시작할 테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에 조희문 위원장이 취임하고 뒤를 이어 정초신 감독이 위원으로 선정돼 부위원장이 된 뒤인 10월에 열렸다. 조희문 위원장은 영진위의 수장으로서 처음 참석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제 평가를 함께 했다는 이야기인데, 과연 그의 일정 중에 그럴 시간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최문순 의원실이 지적한 두 번째 문제점인 “국제영화제에 대한 평가결과와 지원금 배정결과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부분도 곱씹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제천영화제는 가중평균 3위를 차지했으나 6개 영화제 중 유일하게 지난해와 동일한 지원금을 받았고, 이에 반해 가중치 평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지원금이 16.7%나 삭감됐다. 사실 나는 지난 748호 ‘영화 판.판.판: 삽질이라도 해야 나랏돈 받을까’에서 “같은 자료(2009 국제영화제 평가결과 및 향후 발전방안)를 토대로 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난 토론회(영진위가 주최한 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와 (국고지원금액과 대상) 선정위원회의 논의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란 짐작은 가능해 보인다”고 썼다. 하지만 국제영화제 평가자료와 지원금 선정위원회의 논의는 아예 따로 이뤄졌고, 나는 너무 순진했다. 결과적으로 궁금증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제영화제 평가는 선정위원회가 무시할 정도로 무용한 것이었을까? 만약 그렇다면 선정위원회의 논의 기준은 도대체 무엇이었기에. 혹시 최문순 의원실이 지적한 두 심사위원의 의견을 선정위원회가 비중있게 참조한 걸까?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국제영화제 지원 축소와 관련해 “좌파 영화제 손보기라는 건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었다. 장관님이 자신의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라도 선정위원회의 기준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제 보니 삽질을 한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나랏돈이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