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오랜 팬이라면 이번 극장판은 다소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첫 장면부터 케로로 소대의 죽음을 암시하는 이미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 장면에서 우주의 꿈으로 밝혀지긴 하지만, 팬들에게 강한 충격을 주기에는 충분해 보이는 출발이다. 어두운 분위기는 시작 뿐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지금까지 ‘케로로 시리즈’에서 주인공 소년 우주와 케로로 소대가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밝게 극복해온 것을 생각해보면 이번 극장판은 제법 의미심장하다. 이는 익숙함 속에서 끊임없이 신선한 변주를 해야 하는, 시리즈물의 숙명이 제작진에 크게 작용한 결과이리라.
5번째 극장판 <케로로 더 무비: 기적의 사차원섬>은 거대한 석상 ‘모아이’로 유명한 칠레 서쪽에 있는 섬 이스터를 배경으로 한다. 이 모아이가 사건의 발단이다. 케로로 중사와 똑같이 생긴 모아이를 발견한 우주는 그것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케로로와 함께 이스터섬으로 향한다. 물론 케로로는 퍼렁별(지구)을 정복하려는 속셈이다.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곳에서 그들은 정체불명의 악당 ‘아쿠아쿠’를 만나고, 힘을 합쳐 악당과 맞서 싸운다. 이야기가 전형적이라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 작품의 재미는 자기 변주와 패러디에 있기 때문이다. 악당 아쿠아쿠가 케로로, 타마마, 쿠루루, 기로로 등 케로로 소대를 차례대로 잡아먹을 때마다 이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이나 <드래곤볼>의 초싸이어인을 떠오르게 하는 초인 케로로의 진지한 면모,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담 패러디 등은 미리 알고 봐도 재미있을 정도로 재치가 넘친다. 무엇보다 케로로 중사가 잠깐이나마 죽는 부분은 다소 충격적이다. 만화가 요시자키 미네의 <개구리 중사 케로로>는 1999년부터 월간 <소년 에이스>에서 약 10년 동안 연재했고, TV시리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될 정도로 인기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