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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사막의 꽃’은 피는 중

30여년 역사의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가 다시 주목한 아프리카 대륙

서울에서 국제여성영화제가 개최되는 동안, 파리의 가까운 외곽지역 크레테이유에서도 4월2일부터 11일까지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가 열렸다.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는 지난 1979년 현 영화제 디렉터인 재키 부에에 의해 탄생됐다. 70년대 초·중반에 시작된 프랑스 페미니즘 운동에 깊숙이 참여하던 재키 부에는 소(Sceau)라는 파리 남쪽 외곽지역에서 한개의 상영관과 장편 극영화를 들고 영화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제는 매년 늘어가는 관객을 수용하기 위해 지난 1984년 지금의 크레테이유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 크레테이유에는 최대 1400명의 관객을 유치할 수 있는 3개의 상영관이 있다.

현재의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는 단순히 장편 극영화만을 선별하진 않는다. 다큐멘터리, 단편영화, 여성감독들의 회고전을 아우를 만큼 영화제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크레테이유에서는 매년 150편에 가까운 작품들이 상영되고, 12년 전부터는 매년 다른 대륙과 다른 문화의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섹션을 특화했다. 지난 2005년 아시아 특별전에서는 한국 여성감독의 영화도 대거 프랑스 관객을 찾았다.

올해 영화제의 지역적 테마는 ‘유럽과 아프리카를 넘어서’(Transe-Europe-Afrique)다. 장 루슈의 배우로 시작해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감독이 된 사피 파이 감독의 회고전, 아프리카의 1세대 남자 배우 소티기 쿠야테와 <사랑해, 파리>의 ‘올리비에 아사야스’편에 소피 역으로 출연했던 2세대 젊은 여배우 아이사 마이가의 출연작을 상영하는 자화상 섹션이 테마에 맞춰 진행됐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에이즈 문제에 대한 포럼과 40주년을 맞은 프랑스 여성운동 기념 포럼도 함께 마련됐다.

크레테이유영화제는 지난 98년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세계 일주를 하듯 여러 대륙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올해는 12년 만에 영화제가 다시 아프리카 대륙으로 돌아온 셈이다. 그래서 사피 파이와 여러 여성감독들이 참석한 4월3일 저녁 포럼에서는 12년 전과 비교해서 변화, 발전한 아프리카 영화산업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결론은, 발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아직 아프리카 여성감독들의 위상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아프리카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여전히 전세계 영화계에서 여성감독이 차지하는 위상은 상대적으로 미약하다.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 같은 행사들을 통해 더욱 재능있는 여성감독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를 바란다.

여성영화운동은 이제부터다

크레테이유국제여성영화제 디렉터, 재키 부에

-메인 프로그램 말고 나이, 국적, 성별을 뛰어넘는 재미있고 의미있는 행사들이 진행되는데, 설명을 좀 부탁한다. =중·고등학생들의 참여를 위한 ‘영화의 낱알들’, 지역의 이주민 여성들에게 비디오 사용법을 알려주고, 일년에 각자 1분가량의 영화를 만들게 도움을 준 다음 매년 영화제에 상영하는 ‘지역 이주민 여성 워크숍 행사’가 있다. 그외에도 매년 배우 한명을 선정해 자신이 출연한 영화 중 7편에서 8편을 배우 스스로 골라 상영하게 하는 ‘자화상 섹션’이 인기있다.

-영화제 기간 외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고 들었다. =좀전에 얘기한 중·고등학교 학생들과의 워크숍과 지역 이주민 여성들과의 워크숍이 영화제 기간으로 제한된 게 아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일년 내내 계속된다. 그외에도 한달에 한번씩 프렌(Frein)이라는 감옥에 있는 여성들을 방문하고, 그녀들과 함께 꾸준히 시네클럽과 시나리오 쓰기 워크숍을 진행한다. 대부분의 경우 상영되는 영화를 만든 감독들과 함께 가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정말로 흥미롭다.

-한국의 여성영화제 관객과 영화제 스탭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칸은 62회, 오스카는 82회 행사를 치렀다. 하지만 각각의 영화제는 단 한명의 여성감독에게 최고상의 명예를 안겨주었다. 여성감독들이 영화를 못 만들어서가 아니다. 아직 남성감독들에 비해 충분한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영화운동은 끝난 게 아니다. 이제야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세계 곳곳에서 여성영화제들이 계속 존재하고, 이 운동을 함께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울여성영화제는 초기부터 우리 영화제와 많은 왕래가 있었고, 아시아 지역의 여성운동의 믿음직한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한국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그녀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꼭 방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