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에서 조용히 사는 옛 직장 동료가 “의새, 검새, 짭새들은 정신차리기 어려우니 걸렸을 때 반 죽여놔야 한다”는 쪽지를 우아하게 보내왔다. 이 셋이 모였을 때 밥값 내는 사람은… 밥집 주인이라는 말이 그냥 있겠나. 듣는 의새, 짭새 기분 나쁘겠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에게 상시적으로 ‘대접’받는다는 점에서 돌림 별칭이 붙는 것도 뭐. 하지만 의새, 짭새에게는 기소권이라는 막강 권력이 없잖아.
검사들의 스폰서 노릇을 해왔다는 한 전직 건설업체 사장이 <PD수첩>에 제보·폭로한 내용을 보면, 애리조나 우아녀의 과격발언도 무리는 아니다. 그는 현직 검사장 두명을 포함한 수십명의 검사들에게 20여년간 향응과 금품은 물론 성접대까지 했단다. 검사들 리스트는 물론 만난 시간과 장소, 사용한 수표의 일련번호까지 적어뒀고 밥집·술집 종업원들도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니, 진술 일관되고 장부도 있고 증인도 있는 셈이다. 왜 이런 접대를 했냐고? “어려운 일이 있다 그러면 100% 봐준다”잖아. 거론된 한 부장검사는 “인지상정 아니겠느냐”는 항변을 했던데, 하하하, 친하기 때문에 너는 자주 돈 쓰고 나는 가끔 봐주고?
이런 관행은 철저히 ‘학습’된다. 실제 부장검사쯤 되면 회식 때 끗발, 아니 돈발 있는 스폰서 한두명은 불러오는 게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 제보자 역시 참으로 바삐 불려다니며 계산한 모양이다. 검사장과 함께 접대받은 부장검사가 자기 부서 회식 때 부르기도 하고, 부장검사와 함께 접대받은 평검사들이 따로 자기들 술자리에 부르기도 했단다. 관련 검사들은 이를 부인하고 검찰 일각에서는 제보자의 전력을 들어 앙심을 품은 짓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제보자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그분들이 돈받은 적 없다고 발뺌하는데 어쩌면 실제로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 평생 얻어만 먹고 접대를 많이 받다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05년 노회찬 전 의원이 엑스파일 떡값 검사 명단을 발표했을 때에도,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내 손으로 직접 떡값을 건넸다고 양심선언을 했을 때에도, 처벌은커녕 반성 한마디 듣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떨까. 진상조사가 끝나면 장관이 위원장인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한다. 이 기회에 검찰이 진정 변태하면 좋으련만, 이를 어쩐다. 법무장관도 삼성 떡검 출신이네. 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