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 자토페크는 실존했던 체코의 육상 선수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 장거리 5000m와 10000m에서 금메달을 딴 그는, 난생처음 뛰어본 마라톤 종목 참가를 마지막 순간에 결정했고 그마저도 금메달로 끝맺었다. 그의 별명은 ‘체코 기관차’였다. 그가 달리기에 재능을 발견하고 꾸준히 달린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 점령기부터 프라하의 봄 이후 소련 치하까지다. 1983년 <체로키>로 메디치상을, 1999년 <나는 떠난다>로 공쿠르상을 받은 장 에슈노즈는 그런 에밀 자토페크의 달리기 인생을 소설로 썼다.
에밀의 이야기는 그가 노동을 시작한 운동화 공장의 고무 제작부에서 시작한다. 운동화 회사는 회사 이름을 노출하기 위한 스포츠팀 후원과 육상 경기 주최에 열을 올렸다. 에밀은 운동이라면 질색이었지만 점령군마저 청년 조직을 중심으로 스포츠 행사 개최에 열을 올렸다. 그런데 정말 운동이 좋아졌다. 온 힘을 다해 뛰니 쉽게 우승자가 되었다. 그렇게 달리기는 그의 일이 되었다. 성실한 전력질주자였던 에밀은 결승선 앞에서 전속력으로 뛰어 우승을 차지하곤 했는데, 경기 내내 체력을 안배하는 데만 관심이 있던 당시 분위기에서 졸지에 막판 스퍼트라는 것을 발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더욱 큰 도시의 경기로 그는 뛰어나갔다. 에밀은 체코의 유일한 대표 선수로 참가한 대회에서 온 관중의 조롱거리가 되자 5000m 경기 총성이 울리자마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전력으로. 보는 사람들은 생각했다. 정상이 아니야. 저자는 해서는 안되는 짓만 골라 하는데 이기고 있어.
그에게는 주법(走法)이라는 게 없었다. 고통을 사랑하는 이상한 달리기 선수. 그리고 이상한 세상. 그의 고국에서는 고위층이 회의를 했다. 에밀은 현실 사회주의의 현상이므로 그를 곁에 두고 아껴야 하며 너무 국외로 보내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 그래서 에밀은 국제대회에 나갈 수 없게 되곤 했다. 프라하의 봄 직전의 프라하와 그 이후의 프라하. 그는 늙어가고 더이상 이길 수 없게 된다. 장 에슈노즈는 영광도 몰락도 같은 톤으로 덤덤하게 그려낸다. 그렇게 <달리기>는 한 스포츠 영웅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희비극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