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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고 불우한 삶의 궤적 <7월 32일>
주성철 2010-04-21

장 형사(김정균)에게 쫓기던 만수(박은수)는 데리고 다니던 5살 난 딸 꽃님을 아는 집창촌에 잠시 맡긴다. 하지만 만수는 체포되어 교도소로 가게 되고 장 형사 또한 큰 부상을 입어 경찰을 그만둔다. 장 형사는 만수를 향한 복수심에 꽃님을 납치해 다른 한 섬의 집창촌으로 돈을 받고 넘겨버린다.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꽃님(성혜림)은 하루하루 성매매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동욱(김민기)의 도움으로 섬을 탈출한 꽃님은 아버지에 대한 증오를 감추지 못한다. 제목이 <7월 32일>인 것은 아버지와 딸이 헤어진 날이 바로 7월31일이었고, 어린 딸은 내일 찾으러 오겠다는 아버지의 얘기에 “그럼 7월32일에 보겠네?”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날은 영영 오지 않는다.

영화는 여러모로 저예산의 느낌을 숨기지 못한다. 어쩌면 가장 핵심적인 지점이 거기다. 지나치게 헐겁게 연출된 대결장면 등 화면에서 원작자의 풍부한 문학적 언어를 읽어내긴 힘들다. 대사 자체가 주는 느낌도 상당히 다르다. 굉장히 직설적이고 화면 구성은 해외비평가들이 볼 때 김기덕 감독의 영향은 아닐까, 궁금할 정도로 ‘센’ 묘사까지 포함하고 있다. 병에 걸린 꽃님은 수시로 하혈을 하고, 동욱은 꽃님을 사려는 남자들을 찾아다닌다.

그러면서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굵직하게 이야기의 흐름을 살려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헤어지고 각자 살아가고 다시 만나고, 그렇게 영화는 그들의 불편하고 불우한 삶의 궤적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종종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처절한 현실은 그들의 만남 자체가 힘겹기 때문이다. 조금 더 예산을 들여 미장센을 채웠다면 제법 울림이 있었을 이야기가 더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디지털보다는 필름의 질감이 더 어울렸을 법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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