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모델 와리스 디리의 자전적 소설을 여성 감독 셰리 호만이 영화화했다.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온 흑인 여성이 톱모델이 된 사연을 들려주고 있지만 화려한 성공담이 중심은 아니다. 따라서 와리스 디리의 모델 활동은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소말리아의 유목민 가정에서 자란 13살 와리스는 강제결혼을 앞두고 집을 뛰쳐나온다. 맨발로 사막을 건너 모가디슈의 외할머니 집까지 간 와리스는 다시 이모가 사는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렇게 런던에 온 와리스는 영어를 익힐 틈조차 없는 힘든 가정부 생활을 하게 된다. 6년의 시간이 흐르고 소말리아 내전이 터진다. 귀국하는 이모네를 따라가지 않은 와리스는 노숙을 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는데, 누군가의 호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와리스에게 그런 호의를 베푼 인물이 마릴린(샐리 호킨스)이다. 그녀의 소개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던 와리스는 운명을 바꿀 두 번째 인물과 조우한다. 바로 유명 사진작가 도널슨(티모시 스폴)이다. 새로운 얼굴을 찾던 도널슨은 한눈에 와리스의 매력을 알아본다. 보통 할리우드식 스토리라면 이제부터 승승장구 하는 와리스의 행보를 따라가며 패션업계의 뒷모습을 엿보는 재미를 곁들이겠지만 와리스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짧은 시간 압축하다보니 와리스의 삶의 무게가 관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는 못하는데 성공한 인물의 실화를 그리는 영화가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신데렐라 스토리 대신 세계 여성의 삶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제기되는 이슈는 여성 할례다.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 행해지는 여성 할례는 아마도 전쟁을 제외하고 인간이 벌이는 가장 끔찍한 일일 것이다. 와리스는 순결하고 품위있는 여성이라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던 할례의 비인간적인 정체를 뒤늦게 깨닫고 수술을 결심하지만 정신과 육체에 가해진 상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실제 와리스는 여성 할례를 공론화한 최초의 여성으로 유엔 특별대사 자격으로 이에 대해 연설을 했다. 와리스는 ‘내 인생이 바뀐 날’이라는 주제로 잡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할례를 받은 그날의 고통을 묘사한다. 실제로 와리스의 두 언니는 할례 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다행히 와리스는 살아남았지만 엄청난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했다. 소말리아어로 와리스 디리는 ‘사막의 꽃’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와리스 디리는 이름처럼 사막에서 건너온 꽃이 되었고, 홀로 피는 꽃이 아니라 할례로 고통받고 있는 1억3천만 여성을 위한 꽃으로 거듭났다. 와리스를 연기한 리아 케베드 역시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굴지의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 최초의 유색인 모델을 한 경력이 있어 이채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