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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딕] 패션피플에게 선뜻 추천하기는 좀…
강병진 2010-04-22

<데저트 플라워>의 와리스 디리에 대하여 알아봅시다.

<데저트 플라워>

Q. 평소 <도전! 슈퍼모델> 같은 프로그램을 언제나 ‘닥본사’한답니다. 이번 주말에는 <데저트 플라워>란 영화를 보려고요. 소말리아 출신 흑인 패션모델의 성공기라면서요? ‘엣지’ 충만하신 언니가 런던, 파리, 뉴욕 거리를 누비며 자태를 뽐내주실 것 같아 기대 만빵이에요!! A. 그럼 그냥 주말에도 <도전! 슈퍼모델>을 닥본사하세요. 님의 말씀대로 <데저트 플라워>는 소말리아 출신의 흑인 모델인 와리스 디리의 실화를 그린 영화입니다. 소말리아 유목민으로 살던 13살의 소녀가 우여곡절 끝에 런던에 오게 된 뒤 운 좋게 어느 유명 사진작가를 만나 모델로 데뷔했다는 이야기인데, 사실 그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에요. 그녀에게는 정말 털어놓기 힘든 상처가 있었거든요. 만약 님이 보신다면 분에 못 이기실지도 몰라요. 정말 ‘엣지’ 충만한 패션 피플의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차라리 <무한도전> ‘썩소 앤 더 시티’ 다시보기를 추천합니다.

Q. 헉! 안 그래도 분노할 게 많은 시대인데, 돈 들여 영화 보고서 화나는 건 정말 싫어요. 그런데 도대체 그녀가 겪은 그 상처가 뭐죠? A. 일단 와리스 디리에 대해 먼저 알려드릴게요. 1965년생인 그녀는 샤넬, 리바이스, 로레알 같은 유명브랜드의 모델이었어요. <007 리빙 데이라이트>에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모델로서의 인생이 정점에 달했던 1997년, <마리 클레르>와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충격적인 과거를 털어놓아요. 그녀가 5살 때 겪은 일이었어요. 어느 날 그녀의 엄마는 딸을 데리고 유목민 할머니를 찾아갔어요. 유목민 할머니는 낡은 면도칼로그녀의 질에서 음핵을 잘라냈어요. 그러고는 낡은 바늘로 상처를 꿰맸죠. 도시에 떨어진 유목민 소녀에게는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과거였을 거예요. 본인 말로는 “뉴욕 5번가를 발가벗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더군요.

Q. 악~~~! 그녀는 왜 그런 일을 당해야 했던 거죠? 그게 뭔데요?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건데요? A. 이슬람 문화의 관습인 ‘여성 할례’를 그녀도 겪었던 거예요. 종교적 문화라고 하지만 코란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은 관습이죠. 그래도 그녀는 운이 좋은 편이에요. 보통 할례의식을 하다가 4명 중 1명은 죽는대요. 그녀의 두 언니도, 또 두명의 사촌언니도 그렇게 죽었어요.

Q. 정말 분노와 눈물이… 그런 사실을 털어놓은 뒤에 와리스 디리는 어떻게 살았나요? 설마 진짜 테러를 당한 건 아니겠죠? 무엇보다 이후에 그녀가 좋은 남자를 만나 아름다운 사랑을 했으면 좋겠네요. A. 고백 뒤 그녀는 모델로서의 인생을 버렸어요. 대신 유엔 대사로 임명돼 여성 할례 폐지운동에 나섰죠. 2002년에 와리스 디리 재단을 설립한 뒤 지금까지 여성 할례의 위험성에 대해 알리고 있어요. 고백 전에는 제대로 연애를 하지 못했대요. 그래도 나중에는 다나 머레이라는 재즈 뮤지션과 결혼했어요. 디리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죠. “내 몸의 일부분은 잘려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다나가 나에게 키스하는 순간을 놓치는 것만큼 안타깝지는 않다.” 결국 그들은 나중에 이혼했지만, 디리는 현재 아들과 함께 잘 살고 있어요. 제 설명이 부족하시면, <데저트 플라워>의 원작인 <사막의 꽃>과 <사막의 새벽> <엄마에게 쓰는 편지> 등 그녀가 쓴 책들을 추천할게요. 아, 이걸 말씀 못 드렸네요. ‘와리스 디리’란 그녀의 이름은 소말리아어로 ‘사막의 꽃’을 뜻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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