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는데 우리 동네에는 4월에 눈이 왔다. 벚꽃이 날리나 봤더니 눈발이었다. 꽥. 이 와중에 모기들까지 설친다. 제주에서는 일본뇌염모기도 등장했단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들이 겹치고 있다.
다분히 밀실수사 과정에서 협박에 따라 나온 것으로 보이는 오락가락 증언 하나만으로 전직 국무총리를 뇌물수수혐의로 기소했던 검찰은 1심 선고 직전 다른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내놓았다. 애초의 뇌물수수혐의에 무죄판결이 예상될 때였다. 이번에는 총리 공관이 아니라 총리 집에서 받았다는 건데, 워워워 누가 봐도 일종의 ‘지루 증상’ 아니니? 자기 체면과 자존심을 위해서라면 밤새 상대를 괴롭힐 심사다. 공권력을 가진 이가 그러면 온 국민이 시달린다.
검찰의 주장을 도저히 사실로 인정할 수 없다며 한명숙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향해 수사 지휘부는 ‘독단적이고 편파적인 반쪽 판결’이라고 ‘결연히’ 성토했고(온갖 원색적 용어를 동원한 불만을 무려 A4지 14쪽 분량으로 내놓았다), 여당 안에서조차 별건 수사 중단 요구가 나왔으나 법무장관은 강행하겠다는 뜻을 ‘의연히’ 밝혔다. 무죄판결이 나기 전날 몇몇 신문에 공표가 금지된 별건 수사의 피의사실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것은… 언제나처럼 ‘우연히’니?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집념에서는 광신의 빛깔마저 난다. 어느 분의 ‘내가~해봐서 아는데’ 시리즈와는 또 다른 차원이다.
검찰에 대해 정치적이다, 권력의 주구다 이렇게들 얘기하는데, 글쎄…. 검찰은 이미 권력 그 자체다. 그들 조직이 곧 정치집단이다. “근거없는 예단과 추측에 의한 판결”이라는 재판부를 향한 비난은 고스란히 검찰에 돌아가야 한다. 이 정권 들어 무리한 기소가 무죄로 이어지는 일은 공식처럼 됐다. 그런데 표적수사, 짜맞추기 수사라도 어떻게든 엮어 기소만 했다면 그 지휘부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승진하고 영전한다. 심지어 이번에는 재판부에 강압수사, 부실수사를 지적받는 망신을 당하고도 별건 수사라는 이름의 별난 ‘분풀이 수사’를 밀어붙인다. 이런 식의 수사권, 기소권 남용은 누가 책임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 공연 장소도 제대로 못 빌릴 만큼 세상이 얼어붙기도 했지만, 여론의 비판도 여당의 만류도 소용없는 검찰의 행보는 4월의 눈발만큼이나 기묘하고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