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란 작가들에겐 의외로 다루기 난감한 소재일 거다. 애묘인이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멀리서 힐끔거리면 모를까, 일단 다가가 그 매력에 빠져버리면 대상과의 거리 두기가 심히 어려워져버리니 말이다.
극진히 사랑받든 굶주려 죽어가든, 한국에서 고양이는 이미 보편적인 동물이 된 지 오래다. 도시의 거리 어디에나 편재하는 이 비현실적인 동물은 그럼에도 좀처럼 자신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현대문학’ 동인인 열한명의 작가들이 써낸 테마 소설집 <캣캣캣>엔 우리가 쉽게 연상하는, 뇌를 갈아버리는 종류의 우유빛깔 사랑스러움은 없다. 오직 ‘고양이’만 보고픈 사람은 한번 더 생각하고 집어들 것. 이 책은 고양이보다는 고양이가 발자국을 찍고 지나간 이 도시의 풍경에 초점을 맞춘다.
다양한 환상의 형식을 빌려 표현되는 그 풍경은 대체로 기이하고 삭막하고 불안하지만,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열한편 모두 재미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간식캔 콤보세트처럼 골라 따보는 즐거움이 있다. 박형서의 <갈라파고스>는 인간과 고양이의 위치를 도치함으로써 기묘한 통쾌함을 주는, 참 ‘박형서스럽게 꼬인’ 소설이다. 김설아의 <고양이 대왕>은 중세풍 만찬에 초대받아 다녀온 뒤 고양이가 되어가는 아버지를 그렸다. 아버지의 변신이라는 주제는 낯익지만 동화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골렘’처럼 살아 움직이는 진흙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명지현의 <흙, 일곱 마리>에서 고양이는 자유와 탈주를 향한 욕망의 상징으로 등장한다. 한편 ‘고양이 같은 남자’의 내면을 그린 염승숙의 <자작나무를 흔드는 고양이>나, 고양이를 원초적인 죄의식과 연결지은 강진의 <캐비닛 0913>은 서사보다는 차분하고 정갈한 서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고양이를 단순히 신비한 세계의 출입구로 설정하는 환상들에 질린 사람에겐 이런 서정이 더 다가갈 법하다.
애묘인의 편견으로 이 책에서 가장 ‘고양이답게 사랑스러운’ 소설을 꼽는다면 아마도 최은미의 <수요일의 아이>일 것이다. 비염이 있는 소녀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고양이라도 키우지 않고서는 정말이지 우울함을 견디기 힘든 요즘, 쉽게 잊기 어려운 상큼함으로 다가온다. 밤거리의 취객을 위해 ‘저를 잡고 토하세요’라는 문구를 가로등에 붙이고 싶어 하는 소녀라니, 이런 소녀가 기르는 고양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얼굴 좀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