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의 김태권이 <초한지>와 <삼국지연의>를 10권의 만화 <김태권의 한나라이야기>로 엮어냈다. 첫 두권이 먼저 선을 보였는데, 1권은 <진시황과 이사>, 2권은 <항우와 유방>이다. 그런데 왜 한나라일까. 작가의 말을 빌리면 이렇다. “서양 문명에서 로마제국에 해당하는 것이 동아시아에서는 한나라다. 로마가 서양 역사에서 하나의 전범이듯, 한나라 역시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그러했다.” 역사의 큰 줄기를 잡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것만이 다는 아니다.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몇몇 인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거나 혹은 동양적 성공신화의 모델이 된 사건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예컨대, 폭군으로만 알려진 진시황. 그는 왜 그렇게 욕만 먹었나. 비슷한 업적을 쌓고도 서유럽에서는 영웅이 되고(알렉산드로스 황제), 동아시아에서는 악당이 되는(진시황제) 이유는 무엇일까. 평민 출신도 천자가 될 수 있다는 궁극의 출세 판타지를 제공한 유방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1권보다 2권이 재미있으니, 이후의 이야기를 기대해볼 만하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는 작가가 단 주석이 달려 있는데, 본문의 이야기를 부연하는 것과 본문의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이 된 자료에 대한 설명으로 나뉜다. 이사가 ‘듣보잡으로 살긴 싫다고’라고 결심하는 장면 등 꽤 진지한 필체로 ‘뷁!’한 표정의 등장인물을 그려내는 유머감각도 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