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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누벨바그의 후예가 노래합니다, 사랑!
이주현 2010-04-14

뮤지컬영화 <러브 송>의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

<러브 송> 촬영 현장에서의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왼쪽)과 루이스 가렐(오른쪽).

크리스토프 오노레는 지금 프랑스에서 바쁘기로 소문난 감독이다. <세실 카사르, 17번> <내 어머니> <파리에서>를 차례로 내놓으며 ‘누벨바그의 후예’라고 불린 그는 1년에 1편씩 꾸준히 영화를 찍어왔다. 그가 그렇게도 부지런히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사랑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꼭 한번씩 이별(혹은 사별)을 경험하며, 상처투성이의 영혼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혹은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나 한지) 고민한다. <러브 송>에선 아예 이별-부재-귀환이라는 챕터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오노레는 사랑을 노래에 담았다. 뮤지컬영화 <러브 송>은 이스마엘, 줄리, 알리스의 삼각관계와 줄리의 급작스런 죽음과 맞물린 이스마엘의 방황과 이스마엘을 향한 에르완의 사랑을 아름다운 노래로 들려주는 영화다. 현재 크리스토프 오노레는 <러브 송> 이후 만들었던 <아름다운 연인들> <메이킹 플랜 포 레나>의 후속작을 새롭게 작업 중이다. 크리스토프 오노레 감독을 서면으로 만났다.

-전작들은 주로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다. <러브 송>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 =<러브 송>은 음악감독 알렉스 보펭과 내가 20년 동안 알고 있었던 아주 개인적이고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그 슬픔을 행복한 슬픔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음악을 하는 알렉스와 영화를 하는 나는, 그래서 이 오마주가 코미디와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개인적인 충격을 어떻게 충격적이지 않게 영화로 풀어갈까 하는 거였다. 또 영화의 내러티브와 뮤지컬이라는 구조가 어떻게 하면 공존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맞물려 전개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뮤지컬영화를 만든 게 의외였다. 뮤지컬이라는 장르 때문인지 영화도 전작들에 비해 말랑해진 느낌이다. =예전부터 코미디 뮤지컬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일상의 비극적 상황에 짓눌리지 않고, 고통으로 신음하지 않고서 서정성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코미디 뮤지컬을 좋아한다. 그건 팝의 정신과도 비슷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장르의 코드를 패러디하지 않기 위해서는 장르를 선택하는 분명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알렉스 보펭과 계속 함께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데, <러브 송>에서 보펭에게 특별히 주문한 게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시간도 없고 오케스트라를 불러올 여력도 없었다. 그 사실을 잊지 않으면서 알렉스의 노래를 재편곡했다. 제작비를 염두에 두면서 우리가 바라던 것을 그려내려고 애썼다. 배우들도 알렉스와 함께 여러 번 반복해서 노래를 불러야만 했다.

-<러브 송>의 시적인 가사는 누가 썼나. =알렉스에게 그의 노래들을 사용할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몇몇은 그의 최근 앨범에 있는 곡이고, 또 몇몇 곡들은 좀더 오래된 알렉스의 곡이다. 알렉스에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달라고도 부탁했었다. 그렇게 알렉스의 노래와 가사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나갔고, 그 뒤 곡의 가사들을 내가 개작했다.

-자크 드미 감독의 뮤지컬영화와 <러브 송>을 비교하기도 한다. =자크 드미 감독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하지만 자크 드미 감독이 자신의 뮤지컬 언어로 표현한 영화들, <쉘부르의 우산>이나 <로슈포르의 숙녀들> 같은 영화와 <러브 송>은 다르다. 물론 자크 드미처럼 나 역시 가족구성원들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엄마와 딸 혹은 자매처럼 한쌍으로 이루어진 구성원들의 관계에 말이다.

-‘누벨바그의 후예’라는 얘기를 종종 듣는데, 혹 누벨바그 감독들에게서 배운 게 있다면. =프랑수아 트뤼포는 누벨바그영화들에 대해 말하면서, 영화가 다양한 양식을 제공한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영화는 엉뚱한 외부적인 요소들을 포함할 수 있어야 한다. 노래라든지 동화책, 사진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수단으로 영화에 포함될 수 있다고 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이스마엘과 에르완이 창틀에서 키스하며 ‘조금만 사랑해도 괜찮으니 오래도록 사랑해줘’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지 않나. =이스마엘은 더이상 사랑의 표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은근하지만 끈기있게 사랑받기를 원한다. 1980년대, 레오스 카락스 영화의 인물 중 한명은 이렇게 말했다. “빨리 진전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존재하는가?” 20년 뒤, <러브 송>도 같은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

-<러브 송>에서 파리라는 도시는 또 하나의 주인공처럼 기능한다.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나. =<파리에서>에선 박물관 같은 파리의 모습을 그렸다. 반대로 <러브 송>에서는 파리의 10구만을 한정 지어 찍었다. 파리 10구는 배달 트럭을 몰며 물건을 하역하는 사람들이 많은, 매우 특이한 지역이다. 촬영을 위해 길을 막는다는 건 그곳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파리인들의 삶이 화면 안에 최대한 많이 투영되기를 바랐다.

-당신에게 파리는 어떤 의미의 공간인가. =나는 프랑스 서부의 브르타뉴 지방 사람이다. 25살에 파리에 왔는데, 내게 파리는 청소년기에 사랑에 빠졌던 후기 누벨바그영화들의 배경으로 아직 남아 있다.

-성별불문, 나이불문, 관계불문의 사랑을 계속해서 그리고 있다. <러브 송>에서도 그런데, 그것이 사랑이란 커다란 주제에 접근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인가. =친구의 죽음을 대면한 이성애자 남자아이가 동성애자가 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러브 송>을 만든 건 아니다. 성적 자아는 이 영화의 중심에 있지 않다. 나는 배우들과 함께 이런 내용을 보조적이고 부차적인 것으로 만들려 했다. <러브 송>은 양성 또는 동성 그 어떤 형태의 성에 대한 찬양도 아니다.

-루이스 가렐은 이제 당신의 페르소나로 확실히 자리잡은 것 같다. 그와 계속 함께 작업하는 이유가 있다면. =루이스 가렐은 누가 봐도 그 나이대 배우 중 가장 연기를 잘하는 뛰어난 배우다. 루이스의 데뷔 시절에 그를 만났으니 나는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루이스의 외모보다 서정적인 연기에 더 호감을 느꼈다. 또 겁이 없는 배우를 좋아하는데, 루이스가 그렇다. 그는 매우 창의적이다. 내가 영화인으로서의 정체성과 방식을 찾는 데 루이스가 많은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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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오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