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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잔인하다고 안 틀어?

<드림 홈>

팡호청의 폭력적인 슬래셔 공포영화 <드림 홈>이 올해 우디네극동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된다. 세계 최초 상영이다. 원래 지난해 10월 홍콩 개봉예정이었던 영화의 개봉이 올해 5월로 미뤄진 까닭에 우디네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감독과 제작자는 영화의 최종 편집권을 놓고 법정 소송을 벌였고, 결국 감독이 승리했다. 그러나 3월과 4월에 열리는 그 지역의 명망 높은 영화제인 홍콩국제영화제,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서 <드림 홈>이 상영되지 않은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드림 홈>은 법적 분쟁도 해결됐고 상영 준비가 되어 있었다. 또 홍콩영화제는 홍콩영화의 우수함을 강조하면서 8편을 세계 최초 상영하려는 상황이었다.

홍콩영화제의 두 프로그래머는 홍콩 평론가들에게 사적으로 그 영화를 혐오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도 극도의 폭력 때문이리라. 새로 임명된 싱가포르영화제 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는 “단순히 극단적인 영화들을 포함시키”는 게 아니라 영화의 “고전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검열문제로 상영을 못한 건 아닐 거라 생각한다고 싱가포르 언론에 밝혔다.

<드림 홈>은 소수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부동산 시장을 주무르는 도시에서 자신의 강변 아파트를 지키려는 한 여성 사무노동자의 처절한 노력을 그리고 있다. 놀랍게도 영화의 제작자이자 투자자인 여배우 하초의의 아버지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부동산 개발업자다. 영화는 시나리오를 충실히 따랐으니 매일 세트에 나와 있던 하초의가 자신이 어떤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몰랐을 리 없다.

첫 장면, 하초의가 연기하는 슝은 일회용 플라스틱 수갑줄로 경비원을 목조른다. 경비원은 거기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상자따개로 자신의 목을 따고 만다. 슝은 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필리핀 하녀의 한쪽 눈을 파내 죽인 뒤 진공청소기로 임신한 집주인을 목조른다. 남편, 마약 중독자인 이웃, 중국 본토에서 온 창녀와 호기심 많은 경찰, 모든 인물들이 잔인하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죽임을 당한다. 그러나 영화가 폭력을 보여주겠다는 이유만으로 폭력적인 건 아니다. 영화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대다수 시민들의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는 도시의 사회적 불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홍콩은 잠깐 방문하기에는 매력적인 곳이지만 며칠 더 머물게 되면 작은 공간에 갇혀 어디를 가나 보이는 경비원들(노인들이 길에서 잠시 쉬는 것조차 못하게 하는)에 의해 감시받는 소떼에 속해 있다고 느끼게 된다.

내가 본 <드림 홈>의 판본은 홍콩 검열관에게 제출된 편집본이었다.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지 궁금하다. 계급간의 전쟁이란 주제를 그다지 성공적으로 건드리지 못한 대만의 슬래셔 공포영화 <인비테이션 온리>는 지난해 홍콩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21개 장면을 잘라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관객은 <드림 홈>을 감독이 제작자와 법적 소송을 벌이면서까지 지키고자 한 버전을 볼 기회를 박탈당하고 말 것이다. 이 영화가 싱가포르에 팔리기는 했지만 그처럼 과보호적인 도시 국가에서 잘리지 않고 상영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홍콩영화제가 자국영화의 우수함을 기념하고자 한다면 비록 잔인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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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