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유독 한심해서 그런가 대통령이 유독 실용주의자라서 그런가. 천안함 침몰 사태에 대통령이 보인 일련의 반응을 보면 상당히 군을 못 미더워하는 것 같다. 대통령은 대한노인회 회장단과 한 오찬 자리에서 “적당하게 원인을 조사해서 발표하면 죄를 지은 사람들이 인정 안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정원장이 북한 연계 가능성을 부인한 바로 다음날이다. 그가 말한 ‘죄지은 사람’은 누구일까?
북한? 본인과 수하들의 입을 통해 근거없는 북한 관련설이 확산되는 걸 몇 차례 막지 않았나. 그렇다면 군에서 진정 하는 일이라고는 삽질뿐이란 걸 리얼하게 보여준 군 사령부? 평소의 처신대로 대통령이 별뜻없이 말한 거라면 차라리 낫겠다. 대통령에게조차 신뢰받지 못하는 군도 군을 신뢰하지 못하는 대통령도 참… 불행이다. 그러기에 군은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이라도 청와대가 시키기 전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개하든지. 최소한 전 부대 전산망 장비 시간이라도 제대로 맞춰놓고 지내든지(적지 않은 의혹과 혼란이 여기서 가지를 쳤다), 하다못해 TOD에 자동녹화 기능이 있는 것이라도 인지하고 있든지(비싸고 성능 좋은 장비면 뭐하나. 운용 방법과 기능을 모르면). 백번 양보해 마땅히 공개할 정보와 군사 기밀을 구별하든지 말이다(아무리 넋이 나가도 그렇지 대북 정보수집 수단과 감시장비 위치까지 노출시키면 어떡해). 딱한 노릇이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힘주어 민·군 합동조사단의 책임자를 민간 전문 인사가 맡도록 하라고 했겠니.
물론 우리 대통령이 성장과정이 좀 특이하시긴 하다. 그는 경쟁과 효율과 성장을 강조하는 건설사 사장님으로 나라 경영을 하시니까. 이렇게 무능한 군이라면 하청 주거나 매각해버리고 싶을지도(미국과 유엔의 도움은 물론 조사단에 외국인 전문가가 꼭 끼어서, 그것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만 마음이 놓이시는 것도 당연하다). 현장에서 사고치고 실수하는 부하직원 혼내듯이 군 사령부를 몽땅 ‘쪼인트’ 까고 싶을지도 몰라. 게다가 지금은 누가 뭐래도 군을 감싸기보다 여론을 고려할 때이기도 하다. 하지만 군 통수권자가 이렇게 군을 불신하는 인상을 주는 것도… 참 대한민국스럽다. <대한민국은 군대다>라는 책 제목이 어른거리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