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대한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언급되는 책을 읽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경우, 언급되는 책을 읽지 않으면 충분히 즐길 수 없는 경우.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은 후자에 속한다. 제목부터 그렇지 않나. 세계가 ‘두번’ 진행되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는 한번 진행된 적이 있어야 한다. 게다가 정혜윤은 이번 책에서 고전을 이야기하고 있다. 당신이 고전의 제목과 내용은 대강 알지만 읽은 적은 없는 독자에 속한다면,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것 이상을 얻기는 힘들다. 이 책들을, 카프카의 <변신>을,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읽었다면, 정혜윤은 그 세계가 다시 진행되는 언어의 숲으로 당신의 손을 잡아 안내한다. 맹세컨대 당신이 이 책들을 어제 읽었다 할지라도 <세계가 두 번 진행되길 원한다면>을 읽으면서는 생경하게 느껴지는 구절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번에 다 읽을 생각을 하는 건 무리고(그렇게 마음먹어도 실행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한달에 한권의 고전과 그에 상응하는 정혜윤의 글을 한 꼭지씩 읽어가는 독서 프로젝트나 모임을 해볼 만하다. 지독하게도 열심히 읽고 열심히 생각하는 저자의 책답게, 이 책에서는 많은, 또 다른 세계로 향한 창을 만날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