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린존>이 선보였던 가장 놀라웠던 폭로는, 다들 ‘이라크 내 대량살상무기(WMD)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는 민간인이 마구 죽어나가는 전쟁통 한가운데에 ‘그린존’이라는 리조트성(性) 놀이터가 버젓이 존재했다는 사실이었던 바, 작명철학적 관점에서도 당 영화는 나름 훌륭함을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필자 오늘은, 당 영화의 나쁜 놈들이 아닌,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롤모델들의 안이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어 이렇게 분연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보라. 당 영화의 나쁜 놈들은, 이라크 어디에도 WMD는 없다는 증언을 확보하고서도, 이를 정반대의 스토리로 조작한다. 그리고 이를 언론사에 흘려 분위기를 한껏 띄움으로써 전쟁의 구실을 확보한다. 또한, WMD 수색작전에서 번번이 허탕만 치다 지쳐 의혹을 제기하는 착한 놈쪽의 항의를 묵살할 뿐만 아니라, 얘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 회유 및 협박을 일삼는다. 게다가 이것이 여의치 않자, WMD의 진실을 증언할 인물의 암살을 지시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누구든 불법으로 감금하고 고문한다. 더불어, 진실을 알아낸 착한 놈쪽 대표선수 ‘밀러’의 보고서는 묵살하고, 나아가 이라크 군대를 무장해제시킨 뒤, 괴뢰 정부를 이식하려든다.
허위정보, 여론조작, 불법감금, 협박, 고문, 살인교사, 내정간섭, 진실은폐 등등등…. 각종 할 수 있는 건 다 해주고 있는 당 영화의 나쁜 놈들. 이들이 지난 조지 다블류 부시 행정부 시절의 네오콘들을 적시하고 있음은 구구단 1단만큼이나 명백하다.
그런데 어찌하여 이들은 당 영화를 명예훼손으로 고소치 아니하는 것인가! 어째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냐 이 말이다.
이건 픽션이니까 명예훼손으로 걸 수 없다고? 순진하게 굴지 마라. 당 영화는 빼도 박도 못하는 명예훼손의 증거를 남기고 있다. 그렇다. 바로 당 영화에 삽입된 조지 다블류 부시의 그 유명한 함상 연설 화면 말이다.
당 영화는 미국의 이라크 계획이 점점 수렁에 빠져들기 시작하고, 헬기가 추락하고 하늘에 대공포탄이 날아다니는 등 시가전이 한창인 시점에서, 부시가 전쟁종료 선언을 하는 화면을, 앞뒤 맥락없이, 극히 일부만을, 악의적으로 왜곡 편집해 넣음으로써 미합중국 대통령을 사회적인 용인 범위를 벗어난 지적 금치산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세계 극장 배급망을 통해 유포하고 있다.
가장 결정적인 점은, 이 화면이 픽션이 아니라 실제 동영상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움찔 회피당해 안 그래도 상처 입은 가녀린 영혼에, 성추행이란 말까지 듣게 한 동영상 나부랭이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른, 심대한 명예훼손에 다름 아닌 것이다.
더이상 무엇이 필요할 것이며, 더이상 무엇을 주저하랴. 유에스에이 네오콘이여, 궐기하라. 법적으로. 바야흐로 명예훼손 피해자의 새날이 밝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