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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뚫고 하이킥!> 인물들의 욕망을 알차게 표현
이주현 2010-04-08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한 수 배울까

개인주의 시대에 태어난 개인주의 캐릭터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빼앗았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숫자에는 젬병이어서 장인어른의 회사를 몇번이고 부도날 뻔하게 했던 보석(정보석)을, 음식이건 물건이건 사람이건 가리지 않고 ‘내 거야 내 거’를 외치는 해리(진지희)를 이토록 사랑하게 될 줄을 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캐릭터가 어떻게 드라마를 장악하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캐릭터들이 워낙 생명력이 강해 서로 살짝만 붙여놓아도 서스펜스가 생긴다. 세경과 지훈, 세경과 준혁, 세경과 보석 등 세경이라는 캐릭터를 누구와 엮어도 이야기가 흥미미진진해진다. 세경만 그런 게 아니라 <지붕 뚫고 하이킥!>의 모든 캐릭터가 그렇다. 그건 김병욱 PD가 인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세심히 포착해낼 줄 아는 재주를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캐릭터에 처음부터 정 주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한번 준 정은 계속해서 깊어져 주 5회 방송을 꼬박꼬박 시청하게 만든다. <내 사랑> <좋지 아니한가>를 제작한 백경숙 PD도 시트콤은 캐릭터 습득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남편이 <베스트셀러>(4월15일 개봉) 감독인데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라고 했더니 캐릭터에 몰입이 안돼서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 처음부터 안 봐서 그렇다. 사실 시트콤은 캐릭터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필요해 처음에는 좀 재미가 없다.” 영화에서 <지붕 뚫고 하이킥!>의 캐릭터를 바로 데려다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릭터를 안배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시트콤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배우를 기용해 재미를 주고, 스타도 배출해내는데 영화에서는 마음대로 신인을 캐스팅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영화였다면 선뜻 신세경이나 황정음한테 단역이라도 함께하자고 손 내밀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투자사에서는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확실한 ‘스타’를 원한다.

낯설고 신기한 캐릭터들을 가족으로 엮어 “2010년 당대 가족관계의 리얼함”을 보여준 것도 <지붕 뚫고 하이킥!>이 이룬 큰 성과다. <낮은 목소리> <발레교습소>의 변영주 감독은 이렇게 얘기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표현하지 못한 당대의 리얼함을 <지붕 뚫고 하이킥!>이 반영했다. 그동안 영화는 가족을 버렸다. 드라마는 가짜 가족을 그렸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내 아이가 잘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욕망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고, 대박났다.”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도 <지붕 뚫고 하이킥!>의 인물들이 “모두 자기 욕망과 욕구에 충실한 인간들”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영화에서 캐릭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데 영화인들이 너무 드라마에만 치중해서 문제”라는 백경숙 PD의 말처럼 감독과 제작자와 투자자들이 발상을 뒤집는 캐릭터 창조에 힘을 쏟아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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