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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노> ‘의외성의 쾌감’이로다
강병진 2010-04-08

<추노>에서 한 수 배울까

<추노>는 ‘거두절미’의 드라마다. 몇줄의 자막만 있을 뿐, 별다른 배경설명 없이 시작한 <추노>는 곧바로 중심인물들을 드러내고는 추격을 시작했다. 인물과 이야기를 펼칠 대로 펼쳐 빠르게 전개시킨 이 드라마에 대한 첫 반응은 “어쩌려고”였다. 도대체 이 인물들을 어떻게 수습하려는 걸까. 하지만 우려할 새도 없이 볼거리가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대길 일당과 송태하의 식스팩 근육, 언년이의 노출, 화려한 액션 등등. 여기에 영화적인 화법으로 구현한 영상이 <추노>의 과감한 설정을 돋보이게 했다. <추노>에 대한 중평은 ‘영화 같은 드라마’다. 단지 레드원 카메라로 촬영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용화 감독은 “드라마의 특성상 촬영시간이 짧았을 텐데도 컷과 컷의 구성이 영화적이었다”고 말했다. “화면의 느낌 때문에 다음 순간이 궁금해졌다. 영상적인 세공이 부족한 영화에 비해서 훨씬 좋은 퀄리티를 갖고 있다.”

물론 <추노>의 영화적인 연출에 대한 호평은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영화에서 영화적인 화법이 당연한 것이듯 말이다. 조민환 나비픽쳐스 대표는 “드라마의 시스템상으로 볼 때는 놀랍지만, 한국영화가 성취한 부분을 답습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추노>의 액션을 경이롭다고 평가하는 것도 어렵다. 다만, 드라마에서 그 정도의 퀄리티를 구현하기 위해서 정말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노>의 이야기 또한 독창적이라고 평가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이미 몇몇 한국영화들은 추격의 모티브에 극한의 에너지를 담아 보여줬다. 언년이를 사랑한 대길이 그녀를 쫓고, 여기에 송태하란 연적이 붙는다는 삼각관계의 설정은 영화보다 오히려 드라마에서 자주 보던 테마다.

그럼에도 영화인들은 <추노>가 가진 ‘의외성의 쾌감’을 높이 샀다. 사극영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공간을 다루었다는 것과 관습적인 진행방식과 다른 등장인물의 죽음 등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심보경 보경사 대표는 “영화에서도 다루지 않았던 부분을 과감하게 건드리는 재미가 있는 한편, 예상치를 벗어난 표현들이 주는 즐거움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변영주 감독은 “<추노>가 탈문장, 탈문학의 대본이어서 성공한 것 같다”고 말한다. 조민환 대표 또한 <추노>의 돋보이는 지점을 “기존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캐릭터의 관계”에서 찾는다. “대길과 송태하는 연적관계이지만, 서로를 죽일 수 없는 운명에 놓여 있다. 이때 이 드라마의 해결점이 어디에 놓일지 쉽게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서스펜스가 생긴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자와 연적을 쫓는 과정에 다른 주적을 향해 돌진하는 과정이 붙으면서 이중의 서스펜스가 생겨났다.” <추노>가 지금 한국 상업영화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면, ‘기대는 충족시키되, 예상은 벗어나라’라는 엔터테인먼트의 명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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