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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로맨스’ 로맨틱코미디 <프로포즈 데이>
장영엽 2010-04-07

synopsis 아파트 코디네이터 애나(에이미 애덤스)는 안정된 직장에 고급 아파트 입주를 앞둔 골드미스다. 그녀의 유일한 골칫거리는 4년째 연애 중인 의사 남자친구가 청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속앓이를 하던 애나는 ‘아일랜드에선 2월29일이 되면 여자가 남자에게 청혼하는 풍습이 있다’는 로맨틱한 이야기를 듣고 애인의 출장지인 더블린으로 향한다. 그러나 그녀는 폭풍우로 인해 아일랜드 시골에 홀로 남게 되고, 그곳의 토박이 데클랜(매튜 구드)과 사사건건 충돌하게 된다.

최근 로맨틱코미디의 경향 중 하나가 바로 ‘농촌 로맨스’다. 지난해 <프로포즈>부터 올해 초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까지, 시골을 배경으로 한 로맨틱코미디가 종종 눈에 띈다. <프로포즈 데이>도 그런 작품 중 하나다. 도시의 새침한 처녀가 털털하고도 퉁명스러운 시골 총각을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정이 들고, 결국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솔직히 이야기상으로 새로울 건 없다. 그러나 이런 영화의 관건은 주변 인물과 자잘한 사건에서 비롯되는 아기자기한 재미에 있다는 걸 우리는 이미 <프로포즈>의 성공으로 알고 있다. 더불어, 실패하면 ‘모건부부’처럼 된다는 것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프로포즈 데이>는 <프로포즈>보다는 <들어는 봤니?…>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영화 곳곳에 심어놓은 설정이 다소 억지스럽다. 폭풍우가 치는 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페리를 빌려 더블린으로 향할 만큼 2월29일이 대단한 날인가? 그렇게 더블린행이 절실하다던 여주인공이 근처 유적지를 구경하다가 기차를 놓치는 장면은 난센스다. 이처럼 극으로의 몰입을 방해하는 허술한 디테일이 <프로포즈 데이>의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 단점을 커버해줘야 할 코미디도 제기능을 하지 못한다. 영화는 내내 “무슨 요일에 여행을 떠나면 재수가 없대”식의 아일랜드 미신 유머로 일관하는데, 화끈하고 재밌게 놀기로 유명한 아일랜드인들이 보면 펄쩍 뛸 노릇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확실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주연배우들의 매력과 로케이션의 아름다움만큼은 거부할 수 없을 것 같다. 진흙탕을 구르고 소똥을 밟는 등 온몸을 던진 에이미 애덤스의 연기는 샌드라 불럭의 뒤를 이을 로맨틱코미디 주자로서 적합해 보이고, 매튜 구드의 구수한 아일랜드 사투리는 그의 청신한 외모와 대비되며 묘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리고 로케이션. 색색깔의 꽃이 만개한 아일랜드 시골 농장과 동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코티지의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풍경에 프러포즈하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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