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0월 개최되는 영연방경기대회(Commonwealth Game) 준비로 델리는 사방이 공사 중이다. 마치 황사 바람이 불어온 듯 온 시내가 희뿌연 먼지로 뒤덮여 그야말로 회색 도시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뉴델리 바산트 비하르에 자리잡은 프리야 시네마도 인근 지하철 공사로 먼지 바람을 피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극장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 앞에 늘어선 사람들의 긴 줄은 언제나처럼 변함이 없었고, 영화가 끝나고 극장 출구를 빠져나오는 사람들 가운데서 오늘의 인터뷰 대상자를 만날 수 있었다. 연기와 연출, 1인2역을 소화해낸 라훌 아가르왈 감독의 <Na Ghar Ke Na Ghaat Ke>를 보고 나온 스물한살 청년은 무작정 극장에 들어갔다가 이제는 뭘 할지 고민하며 나오는 길에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며 할 일이 생겨 은근히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이름은 마헨드라이고 올해 스물한살이다. 델리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있다. 하하, 살면서 인터뷰란 걸 처음 해본다. (웃음)
-무슨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인가. =<Na Ghar Ke Na Ghaat Ke>를 보고 나오는 길이다. 사실 오후 6시에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집에서 너무 일찍 나와버렸다. 약속 때까지 시간도 보낼 겸 더위와 먼지도 피할 겸 해서 극장을 찾았다.
-최근 발리우드에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선전하는 영화라고 알고 있는데 영화는 어땠나.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라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전체적으로 모든 면에서 심플했다고 할까. 농촌에서 대도시 뭄바이로 올라온 순박한 시골 청년의 좌충우돌 도시 정착기가 이야기의 중심인데, 영화의 전체 플롯도 배우들의 연기도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특이한 느낌이 있었다면 영화 속 인물들이 마치 지금 우리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 어쩌면 그런 느낌 때문에 그냥 ‘심플’했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유의 영화는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시나리오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지루한 부분들은 훨씬 줄었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고향인 시골 마을 사람들의 일상의 이야기에도 인도의 농촌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가미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냥 이웃집 이야기를 하는 내용으로만 그려지더라. 요즘 나오는 발리우드영화에서는 인도 농촌 풍경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 반가웠는데 말이지. 아무튼 보통 영화관 찾기 전에 친구들 얘기나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찾아보고 볼 영화를 고르는데 무작정 극장에 들어가는 것도 가끔은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진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나…. (웃음)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나. =한달에 최소 6~7편은 보는 것 같다. 주변 친구 중에는 훨씬 많이 보는 이들도 있다. 장르 가리지 않고 보는데, 사람 냄새가 나는 영화를 좀더 많이 찾아보는 편이다. 오늘 영화 후반 20분 정도는 아주 지겨워서 어쩔 줄 모르는 사람도 있는 것 같더라. 그런데 이런 영화는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러면서 재밌으면 더욱 좋겠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오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까지 하고 나니 문득 죽을 때까지 기억에 남을 영화가 되지 않겠나 싶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