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토론회에서 정헌일 연구원이 제안한 국제영화제 평가방식 개선안. 사업성과 기여도 항목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 3월17일, 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가 열렸다(<씨네21> 744호 ‘영화 판.판.판’ 참조). 그로부터 2주가 채 지나지 않아 국고지원을 받는 국제영화제들의 올해 지원금액이 전년에 비해 축소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18억원의 지원을 받았으나, 올해는 15억원을 받게 됐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7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지난해 10주년을 맞아 특별히 10억원을 받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2008년 6억5천만원보다 5천만원이 증액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국고지원금액이 매년 일정 부분 증가추세를 보였다는 걸 생각한다면 이 또한 줄어든 걸로 볼 수도 있다. 부천국제영화제는 5억원에서 5천만원이 줄었고,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2억5천만원에서 5천만원이 깎였다. 개막을 1주일가량 앞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도 기존 지원금 4억원에서 1억원이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07년 부터 매년 2억5천만원의 지원을 받았던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올해도 변함없는 금액을 받게 됐다.
이번 결정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영화제 지원 예산이 42억원에서 35억원으로 책정되면서 7억원이 줄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콘텐츠산업과의 정규식 사무관은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이기 때문에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영화제별 지원금액은 어떻게 산출된 걸까. 산출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료는 국제영화제 발전방안 토론회 당시 발표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09 국제영화제 평가 결과 및 향후 발전방안’ 보고서인 듯 보인다. 정규식 사무관의 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원금액과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집해서 따로 선정위원회를 열었고 평가자료를 토대로 지원규모를 결정했다. 당연히 “선정위원회의 명단은 비공개”다. 다만 같은 자료를 토대로 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지난 토론회와 선정위원회의 논의가 큰 차이가 없었을 것이란 짐작은 가능해 보인다.
이 과정은 매년 반복되었고, 앞으로도 반복될 예정이다. 일단 매년 일정 부분 증가하던 지원금액이 올해 들어 감소한 것이 특징이다. 한 영화제 관계자는 말한다. “토론회를 두고는 정치적인 배경을 의심하는 소문이 많았지만, 일단 이 정부에서 영화라는 것, 넓게 말해 문화라는 건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보다 중요한 건 건설경기이고, 4대강 사업이다. 3D는 남들이 하니까 하려는 거고…. 선택과 집중이 전체 기조라고 봤을 때, 영화는 선택되지 않은 분야인 게 아닐까.” 지난 토론회에서 몇몇 패널들이 국제영화제의 산업기여도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을 것이다. 당시 발제를 맡은 정헌일 연구원은 “2010년 영화제 평가부터는 영화산업에 기여하는 측면의 비중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3대 영화제 같은 경쟁 영화제를 지향한다는 의견도 이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산업적 기여도의 평가기준을 무엇에 두고 있을까. 다시 현 정권의 기조에서 봤을 때, 이 평가는 국가브랜드 홍보 같은 무형적인 것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섭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취지도 무색해 보인다. 액수의 크기로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제2롯데월드 건설이나 4대강 사업처럼 자본의 실질적인 흐름을 파악해야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당장 2010년 국제영화제 평가를 위해서라도 각 국제영화제는 신사업 아이템 개발에 몰두해야 할 판이다. 이왕이면 삽질이 필요한 사업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