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회 칸국제영화제, 적어도 개막식 레드카펫의 화려함은 따논 당상이군요. 올 최고 할리우드 화제작인 리들리 스콧 감독의 <로빈 후드>가 개막작이니 말입니다. <글래디에이터>로 이미 명콤비임을 입증한 스콧 감독과 러셀 크로에 상대역 케이트 블란쳇과 윌리엄 허트까지. 이른바 작품에 참여한 스타들의 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비경쟁부문에 초청된 <로빈 후드>는 <바디 오브 라이즈> 이후 스콧 감독의 2년 만의 신작입니다. <글래디에이터>의 스펙터클함은 그대로 두고 기존의 영웅 로빈 후드에서 벗어나 로빈 후드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담아내며 새로운 영웅상을 탄생시킨다는 포부를 밝힌 작품이죠. 티에리 프레모 칸 집행위원장은 “스콧 감독은 할리우드 시스템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훌륭한 연출가”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습니다. 스콧 감독은 이미 데뷔작 <듀얼리스트>(1977)와 <델마와 루이스>(1991) 출품으로 칸과의 인연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막식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긍정적인 선택’임을 내세운 프레모 집행위원장의 찬사만이 전부는 아니군요. 지난해 <업>에 이은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작품의 연속 개막작 선정이 자체적으로 화제를 생산해내지 못한 영화제의 고육지책이라는 이유지요. 장단은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로빈 후드>의 제작사 유니버설픽처스로선 고민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2006년 개막작으로 선정돼 칸 효과를 등에 업은 <다빈치 코드>가 거둔 흥행을 생각해보십시오. 비평가들의 혹독한 평가만 감내해낼 자신이 있다면, ‘전세계의 중심’에 선 영화제에서도 가장 중심인, 개막작으로 누릴 수익은 말할 나위 없겠죠. 제작사 역시 출품에 대한 의사를 묻자마자, 바로 오케이했다는 후문입니다. 올 칸국제영화제는 5월12일부터 23일까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