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바로 다음날 합참 정보작전처장이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보고’에 절절매는 방송 뉴스를 보고 ‘지금 저러고 있을 땐가’ 싶었는데 곧이어 그가 자유선진당사에서 이회창 대표 등에게 또 ‘보고’ 하는 모습을 보고 기가 막혔다. 물론 그가 당장 잠수복 입고 바다에 뛰어들 짬밥은 아니지만 직함 그대로 군의 정보작전을 총괄할 사람이 가장 다급한 순간에 국회와 정당을 돌고 있는 것이었다.
사고 발생 7일째에도 실종자 구조는 진척이 없고, 사고 원인은커녕 사고 시간조차 오락가락했다. “(보고 체계상) 정확성보다는 신속성을 강조하면서” 생긴 오차라는 게 국방부 발표인데, 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일주일 동안 밝혀진 것이라고는 침몰 즈음 새떼가 두 차례 그 지역을 지났다는 것뿐이다.
실종자 명단에는 스무살, 열아홉살 장병들이 줄줄이 있었다. 어리디어린 이들이 포함된 실종자 명단 외에는 파악된 게 없는데도 대통령과 국방장관은 “초동작전은 잘됐다”고 했다. 무슨 작전을 한 거지? 수색과 구조, 선체 인양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조차 우왕좌왕 허둥댔는데 말이다. 군이 ‘보고’를 위해 있는 조직인지 ‘국방’을 위해 있는 조직인지 의심스럽다. 구조는 해경이 하고 가라앉은 함체 후미는 어선이 찾았다. 뒤늦게 요청받은 민간 크레인과 잠수 수색에 필요한 장비도 7일째야 현장 근처에 도착했다.
군과 정부는 위기대응 매뉴얼과 능력은 고사하고 자세도 안 갖췄다. 실종자 가족들은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실종 사실을 알았고, 살신성인한 고 한준호 준위 유족들은 군에서 33년 이상 근무하면 받는다는 일명 ‘퇴역자 상’을 훈장으로 받았다. 유일하게 잘되는 게 ‘보도 통제 작전’이다. 사고 현장에서 구조된 이들은 군병원에서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있고 하나같이 입을 맞춘 듯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사고 전후의 상황을 밝혀줄 주요 단서인 교신일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극히 대한민국 군대스러운 일들이 진짜 벌어진 것이다. 북한의 소행을 전제로 시나리오를 쓰는 신문들을 보노라면…. 기시감마저 든다.
지금은 보고와 통제에 힘쓸 때가 아니다. 부디 서둘러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