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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정] 스파링 파트너로 시작한 연기
이영진 사진 최성열 2010-04-01

<비밀애>의 오우정

오우정을 처음 본 건 <비밀애> 촬영현장에서였다. 촬영이 끝났는데도 한참을 미적거리더니, 갈 때는 전 스탭에게 일일이 인사를 하고 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때만 해도 신인배우의 얼굴 알리기라고 여겼는데 거기서 그쳤던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류훈 감독님이 좀 귀찮으셨을 거예요. 극중 낯선 여자 역할로 드문드문 나오는데 촬영 때마다 ‘이 여자는 어떤 색의 속옷을 입고 다니느냐’ 등의 질문을 수시로 했거든요. 원래 낯선 여자는 직업이 없었는데, 질문을 하다 보니 감독님이 아예 만들어주셨어요.” <비밀애>의 ‘낯선 여자’는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극중 진우와 진호처럼 연이(윤진서)와 짝을 이루는 비중있는 캐릭터다. “나설녀(현장에서 오우정은 ‘낯선 여자’ 대신 ‘나설녀’라고 불렸다) 장면 중에 제 눈이 빨갛게 나온 장면이 있어요. 전 나설녀가 뭉클뭉클한 감정을 툭 털어놓는 인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를테면 선지빛 인물인 거죠. 그래서 연이와의 대면신에서 울었는데, 감독님이 ‘도도하게’ 보여야 한다고 하셔서 결국 울음 닦고 다시 찍었죠.”

오우정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뒤에는 1년 넘게 연극 무대에서 미술을 담당했다. 배우를 훔쳐보다 연기를 택한 건 아니다. 배우들의 연습을 돕기 위해 잠시 스파링 파트너처럼 섰다가 고생길 훤한 배우가 됐다. “대사를 받아쳐주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가만히 서 있으면서 상대 배우한테 흠씬 얻어맞는 거였는데, 맞다 보니 속에서 뭐가 꿈틀거리는 거예요.” 영화 스탭 커뮤니티인 필름메이커스에 스스로 이력을 올린 뒤 처음 만난 영화는 단편 <난년이>. “지금 꺼내 보면 감독님과 스탭들에게 죄송해요. 대사 톤도 맞지 않는 장면을 연결하느라 얼마나 고생하셨는지가 보이거든요.” 단역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기모노 입은 일본 여인 역할을 맡았던 오우정은 극중에서 송강호에게 뺨을 얻어맞는 수모(?)만 당한 건 아니다. “슛 들어가기 전에 송강호 선배님은 ‘밥 먹었냐’라고 물어보시면서 온갖 소품을 다 만져보세요. 처음엔 좀 정신없네, 했죠. (웃음) 그런데 나중에 그 소품들을 동선과 동작에 다 활용하시는 거예요” ‘스타 되기 전에 배우부터 되고 싶다’는 오우정에게 앞으로 어떤 역할 맡고 싶냐고 뻔한 질문 던졌더니, 이런다. “<전우치>에 나오는 도사들 있잖아요. 그거 여배우가 하면 더 재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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