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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레의 두 번째 성장영화 <애즈 갓 커맨즈>
장영엽 2010-03-31

synopsis 사춘기 소년 크리스티아노(알바로 칼카)는 실업자 아버지 리노(필리포 티미)와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산다.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아버지가 돌보는 정신병자 콰트로(엘리오 제르마노)다. 콰트로는 늘 TV 속 포르노 스타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는데, 크리스티아노의 친구 파비아나(안젤리카 레오)를 본 뒤 그녀가 TV 속 포르노 배우라는 착각에 빠진다. 파비아나에게 다가가려던 콰트로는 우발적으로 그녀를 죽이고, 이를 목격한 리노는 충격에 뇌출혈을 일으킨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티아노는 아버지가 파비아나를 죽인 것으로 오해한다.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성장영화 <아임 낫 스케어드>를 본 이라면, 그가 순수함이라는 가치를 지켜내는 데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살바토레는 아이들의 순결한 내면이 외부적 요소에 의해 어떤 갈등을 겪는지 지켜보길 즐기며, 애당초 순수함이 존재하기는 하냐고 질문하는 감독이다. 살바토레의 성장영화가 여느 감독들의 그것과 다르다면, 그건 아이들의 순진무구함으로부터 고개를 돌린 감독의 선택 때문이다.

<애즈 갓 커맨즈>는 살바토레의 두 번째 성장영화다. 예상대로 평범한 성장담은 아니다. 주인공 크리스티아노는 비정한 현실 속에 던져진다. 이탈리아 정부는 아랍인, 흑인 등의 이주 노동자를 고용할지언정 10년 동안 뼈빠지게 일한 리노에게는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소년은 아버지를 외면하는 나라를 향해 무서운 생각을 키운다. ‘아랍인과 집시는 유대인보다 더 나쁘다. 우리는 그들을 공격하고 몰살시켜야 한다.’ 이처럼 나라와 사회에 대한 불신은 소년으로 하여금 가족만이 유일한 안식처라고 믿게 한다. 아버지를 위해 파비아나의 죽음을 침묵하는 크리스티아노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묻는다. 유일하게 남은 것을 지키기 위해 도덕을 저버리는 행동은 부당한가? 이처럼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를 통해 삶의 복잡다단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 <애즈 갓 커맨즈>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가 이 복잡한 문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그다지 풍부하지 않다는 것이다. 영화는 종종 극중 인물의 대사를 빌려 인간에게 비정한 운명을 선사하는 신을 질책하는데, 주제를 자꾸 설명하려 한다는 건 신의 무책임함만큼이나 무책임한 연출로 보인다.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지중해>나 수작 <아임 낫 스케어드>에서 보여줬던 살바토레식 차분한 연출의 미덕이 부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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