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도 <프로젝트 런웨이>가 있다? 참가자들이 앞에 나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풍경이며, 발표가 끝날 때마다 심사위원이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모습이며, 그리고 멘토가 친절하게 방향을 잡아주는 따뜻함이 영락없는 <프로젝트 런웨이>다. 차이라면 탈락자가 없고, 단 하루 만에 결정난다는 것.
지난 3월20일 중앙대,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듀서 피칭 행사인 ‘피치&캐치’(Pitch&Catch)에 앞서 최종 선발된 극영화 부문 후보 5명이 중간점검을 하는 자리가 열렸다. 이른바 모의 피칭이다. 프로듀서나 감독이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투자받기 위해 제작자, 투자자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하는 것이 바로 피칭이다. 김창아 프로듀서(<가담>), 이종훈 감독(<고양이 장례식>), 이진은 프로듀서(<돌아온 남자>), 김조광수 감독(<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권선국 프로듀서(<백의녀>) 등 각기 다른 경력의 참가자 5명은 현재 준비 중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모의 피칭이라고 해서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게다가 스릴러, 코미디, 음악영화, 퀴어영화 등 장르가 다양해서 기자가 보기에도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 정도였다. “광고계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이노션의 김정아 CD(Creative Director)는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참가자들을 지켜봤다. 이번이 지난해 전주와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 그녀의 세 번째 피칭 지도다. 발표가 끝나면 “피칭할 때는 스크린을 가리지 말 것”과 같은 기본적인 발표 자세부터 “어떻게 하면 영화를 더 친절하게 소개할 수 있을지 고민하라”는 소개 방법까지, 김정아 CD는 참가자들에게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조언했다. 참가자들 역시 그녀의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수첩에 받아 적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모의 피칭을 통해 단련된 결과는 제1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는 기간인 4월13일 신촌 아트레온 상영관 5관에서 결정될 것이다. 후보작 5편 모두에 기획개발 장려금 100만원이 지급되고, 최고 프로젝트인 ‘피치&캐치 대상’을 수상한 작품에는 15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누가 대상을 가져갈 것인지를 떠나 분명한 것은 진보된 피칭만이 제작·투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또 혹독한 영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