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독립적 인격적으로 대해야 한다면서 실상 노인을 그렇게 대하지는 못한다. 구박하는 것도 문제지만 속없이 띄우는 것도 문제다. 나이 들면 생긴다는 지혜와 연륜은 자기 객관화가 된 노인에게만 해당한다. 노년이 쓸쓸한 건 몸이 늙어 서럽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자기 객관화가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노인에게 과도한 사명감을 주면 사고 치거나 민폐 끼친다. ‘국익을 위한’ 집회와 시위에 군복 입고 선글라스 끼고 호루라기 불며 설치던 노인들의 귀갓길을 본 적이 있다. 누가 국밥값을 안 냈다, 어느 집 며느리가 못됐다 등을 성토하는 ‘군복 외’의 그들은 그냥 쪼그라든 노인이었다.
무엇에도 혹하지 않는다기보다 아무도 혹하지 않는 (특히 직업세계에서) 불혹에 접어든 친구들을 보면 사기업에서 뼈빠지게 일하는 이들일수록 길어야 3년에서 5년 남짓 더 밥벌이를 할 수 있다고들 여긴다. 40대 초·중반이면 퇴출이다. 정규 일자리와 적정 근무시간이 보장된다면 세상은 천배쯤 달라질 것 같다. 돈과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 애를 지금보다는 잘 돌볼 수 있고 더불어 자신도 돌볼 수 있다. 자기 돌봄에는 어떻게 늙어갈지를 가늠하는 것도 포함된다. 출산율 문제나 노후문제가 개인적인 선에서는 해결된다는 얘기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착잡한 심정으로 보았다. 그 나이가 되어도 “앞만 보고 가자”니, 대체 뒤와 옆은 언제 돌아보시려나. 그를 정점으로 일인지배의 컨트롤타워도 재건한단다. 오늘날 삼성을 이렇게 기형적으로 만든 황제경영, 폐쇄경영을 반복하겠다는 뜻이다. 사장단의 거듭된 요청에 따른 복귀라는데, 회장님의 경륜과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을 것이다. 아저씨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음, 그 자리까지 오르신 분들이니 아마도. 안 그랬다면 진작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을 수도.)
복귀 다음날 네이버 인물검색을 해보니 회장님의 나이는 42년생. 경력은 ‘2010년 3월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이라고 그새 고쳐져 있었다. 빠르다. 하지만 잘못됐다. 그는 이사도 등기임원도 아니다. 그래서 주총도 이사회도 거치지 않고 컴백했다. 고작 3%대의 지분을 가졌으되 무한 권한을 행사하고 책임은 단 3%도 지지 않는 그는 법 외, 상식 외, 등기 외 회장님이다. 주변 누구도 충언하지 않는 고독하고 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