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인과의 오스카 수상 ‘싸움’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제임스 카메론이 또 득도 없는 싸움에 휘말렸군요. 이번 상대는 정말이지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습니다. 바로 반오바마주의자로 익히 알려진, <폭스뉴스>의 선봉 진행자 글렌 벡입니다. 24일 <아바타> DVD 발매 기자회견에서, 카메론은 벡은 ‘미친 XX’라는 욕설을 섞어가며,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벡은 ‘유해인물’로 분류해 마땅하다”라고 전했습니다. <아바타>의 환경,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우파의 공격을 두고 그간의 심경을 표현한 것이겠죠. 답변 도중 급기야 분노가 카메론을 잠식했나 봅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백주에 길거리에서 죄다 없애버리고 싶다”라는 과격한 발언은 물론, 3년 전 벡이 진행한 <CNN> 뉴스에서 자신이 총제작한 다큐멘터리 <예수의 잃어버린 무덤을 찾아서>에 대해 ‘반기독교인’이라는 멍에를 안겼다며 과거 벡과의 악연까지 언급하고 나서야 말을 마쳤으니 말이죠. 당시 벡은 ‘사악한 정신을 가진 사람만이 <타이타닉>을 만들 수 있다’며 카메론에게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아무래도 카메론이 좀더 정교한 공격을 택했다면 좋았을 것 같군요. 바로 다음날 그의 감정 섞인 멘트 하나하나가 벡이 진행하는 <폭스뉴스>의 ‘웃음거리’로 전락했으니 말입니다. 뉴스의 말미, 마분지로 만든 3D 입체안경까지 소품으로 착용하고 나선 벡은 “난 <타이타닉>이 아니라 셀린 디온의 노래가 끔찍했을 뿐”이라며 흥분하는 카메론을 비웃고 나섰습니다. 이어 “3년 전 코멘트는 농담에 불과했는데, 그걸 그 긴 시간 동안 맘에 두고 떠들고 다니다니 놀랍다”며 “제발 가상현실에서 1분만이라도 벗어나라”고 충고까지 아끼지 않습니다. 싸움은 이제 겨우 시작이고 끝은 요원해 보입니다. 다음은 카메론의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