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은 아주 나약한 영혼을 가진 미국인에게도 비교적 가벼운 질병인데 반해, 무익함은 강인한 사람과 나약한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든 미국인을 매번 파괴합니다. 우린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 이 세상에 만연한 악덕과 물신 숭배와 생명 경시 풍조를 비난하는 어떤 문장들이 이제 너무 나약하고 진부하게 들린다고 생각한다면, 대신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이토록 관대하고 지적이고 따뜻하며 동시에 숨넘어가게 웃긴 작가의 뒤를 3박4일 따라다니는 그루피가 되고 싶어질 테니.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는 커트 보네거트의 소설 중 국내 초역작이다. 보네거트가 자신의 작품들을 직접 평가한 리스트에 따르면,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씨>는 당당히 A학점을 받았다. <타이탄의 미녀> <마더 나이트> <제일버드>와 같은 순위다(제일 점수가 안 좋은 작품은 <제일버드>와 <슬랩스틱>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귀한 인간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유쾌한 주정뱅이 백만장자 로즈워터다. 그가 세상에 사랑을 베푸는 용도로 돈을 쓰기 위해 택하는 최후의 결단에선 빵 터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보네거트의 후기작들에서 드레스덴의 참상을 목격한 뒤 일체 다른 말 없이 “짹짹?”만 내뱉은 새들처럼, 여기서도 “뾰롱뾰롱 뾰로롱”하는 새들의 우짖음과 함께 이 세상 가장 유쾌한 돈쓰기의 기술이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