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2003년 9월, 송두율 교수가 귀국했다. 그에게는 37년 만에 찾은 고향 땅이었다. 송두율 교수는 한국이 경계인인 자신을 받아줄 정도로 성숙했을 거라 기대했지만 한국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귀국 뒤 그는 보수정당과 보수언론으로부터 해방 이후 최대의 거물 간첩이란 공격을 당했다. 북한 내 권력서열 23위인 김철수냐 아니냐는 논란도 불을 지폈다. 송두율의 귀국을 추진한 진보진영도 그들의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결국 송두율 교수는 ‘경계인’으로서의 자리에서 내려온다. 그러나 그의 추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경계도시2>는 홍형숙 감독의 2002년작 <경계도시>의 연작이다. 전편은 2000년 7월부터 송두율 교수와 아내 정정희 여사가 경계인으로서 살아가는 모습과 귀국을 추진하는 과정, 그리고 노동당 입당여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그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이 작품에서 송두율 교수는 꽤 많이 웃는다. 사람들과 전화를 할 때나, 인터뷰를 할 때도 확신에 찬 표정을 잃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경계도시2>에서 그는 웃음과 말을 잃어버린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송두율 교수에게 결단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외침이다. 전편이 송두율이란 한명의 인물을 조명했다면, 2편은 그를 통해 레드 콤플렉스의 아비규환에 빠진 한국사회를 비추고 있다.
송두율 교수가 이데올로기의 광풍 한복판에 놓이면서, 홍형숙 감독의 카메라도 바쁘게 뛰어다녀야만 했을 것이다. 아홉 차례에 걸친 검찰 출두, 두 차례의 기자회견, 1심과 2심을 합쳐 8차에 이르렀던 공판까지. 홍형숙 감독은 굵직한 사건의 연대기를 따를 뿐만 아니라 보는 이들을 갑갑하게 만드는 세밀한 풍경들도 놓치지 않았다. 송두율의 말을 가까스로 받아 적는 기자들, 보수단체의 원색적인 시위 그리고 송두율을 구명하려는 이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기자회견을 앞두고 ‘개인보다는 집단’을 내세워 송두율 교수에게 전향을 요구하는 진보진영의 풍경은 <경계도시2>가 전하는 가장 쓰라린 순간이다. 국가보안법을 부정하던 이들이 결국 국가보안법의 논리에 휘둘리면서 송두율은 더 깊은 나락에 빠진다. 이 모두가 약 7년 전의 한국사회에서 있었던 일이지만, 시간차로 인한 거리감은 없다. 오히려 <경계도시2>는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의 한국은 경계인 송두율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