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언니랑 고교동창인 분을 알고 있는데, 당시에도 심 언니 포스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한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슬금슬금 피할 정도였단다. 똑똑하고 잘나고 성깔까지 심히…. 심 언니의 파워는 남녀 학생들이 뒤엉킨 등하굣길 만원버스에서 두드러졌다는데, 독자들의 즐거운 상상을 위해 이하 생략. 어쨌든 소심한 그 동창분은 그런 심 언니가 ‘저쪽 편’이 아닌 게 세상을 위해서 얼마나 다행이냐고 말했다.
유시민 아저씨의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에 경쟁 집단에서는 이런저런 불안과 불만(혹은 공포와 공갈)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의 심 언니, “원래 장터에는 사람이 북적대야 한다. 경기도 장터에 전국적으로 유명한 ‘방물장수’가 왔으니 장터가 더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시크함에 박수를 보낸다. 자신감있거나 적어도 자신감있어 보이는 법을 터득한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태도다. 무상급식 문제만 해도 심 언니는 이의 실현으로 얻어지는 경제적 효과를 계산해 널리 알렸다(이걸 두고 포퓔리슴이라고 하면 계산기 열받지). 언니가 속해 있는 ‘진영’은 물론 여타 세력 정치인들과 구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세련됐잖아. 이런 자세로 필요하면 손잡거나(단일화) 입맞추는(정책공조) 스킨십도 과감히 밀고 나가시길. 원래 잘난 여자가 미남을 얻는 법이다.
음, 사실 잘난 여자가 꼭 대접받거나 무엇보다 표를 받는 건 아니다. 아카데미만 해도 인종 및 성 차별적이라는 욕을 많이 먹잖아. 특히 감독상에 인색했다. 올해 감독상을 받은 캐스린 비글로 언니가 여성과 흑인을 통틀어 처음이다. 흑인감독이 후보로 처음 추천된 게 1992년이니 말 다 했지. 한명의 여성이 누리는 영광은 유발효과와 부가가치를 따져볼 때 대단히 남는 장사다. 여성(을 비롯한 비주류들)은 권력과 명예를 ‘무소유’한 것이 아니라 ‘비소유’한 상태였으니까. 언제부턴가 있어 보이는 집단에 여성들의 수가 늘면서 성 평등이니 성 인지니 뭐가 대충 되고 있는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많다. 민주당이 성희롱 전력자를 지방선거를 겨냥해 복당시킨 걸 보면 여전히 될 일이 안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여성이 훨씬 더더더 많이 가야 한다는 데 한표. 특히 심 언니 같은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