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수식할 말이 너무 많아서 난감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처럼. 도무지 외워지지 않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키다리 아저씨>식의 서간체 소설이고(편지들로만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독일군 점령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야 했던 영국의 한 작은 섬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여주인공이 여자에 대한 수완이 좋은 돈 많은 마초 남자와 수줍음이 많지만 진지하고 다정한 남자 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사랑을 찾아나가게 되며, 독자는 몇몇 대목에서 눈물을 참느라 이를 악물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키득거리며 히죽거리게 되어 있다.
1946년 1월, 전쟁 기간 동안 해학 넘치는 에세이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영국의 여성작가 줄리엣이 주인공. 어느 날 그녀는 낯선 사람에게서 편지 한통을 받는다. 줄리엣이 처분한 책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사람에게서 온 편지에 답장을 하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신기한 이름의 북클럽에 대해 알게 된 줄리엣은 다음 책의 주인공으로 그들을 선택한다. 한편 미국에서 온 부유한 출판업자 마컴이 줄리엣에게 작업을 건다.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유대를 다지고 사랑에 빠지는, 손으로 쓴 편지가 일상적으로 오갔던 시대를 격렬하게 그리워하게 만든다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이 있다. 평생을 작가 지망생으로 살다 이 책 출간을 앞에 두고 세상을 떠난 메리 앤 섀퍼와 그녀를 도와 이야기를 다듬고 마무리한 조카 애니 배로스가 함께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