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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인생 <사랑은 너무 복잡해>
이화정 2010-03-10

synopsis 이혼 뒤 베이커리숍을 운영하며 안정적인 궤도에 오른 제인(메릴 스트립).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자와 바람피우고 재혼한 전남편 제이크(알렉 볼드윈)에 대한 미움도 사라진 상태다. 그러던 중 아들의 대학 졸업식 참석을 위해 간 뉴욕에서 둘은 뜻하지 않게 섹스를 즐긴다. 재결합을 바라는 제이크. 바람피운 남편을 뒀던 전적의 제인이 이제 오히려 가해자가 된 셈이다. 한편 제인의 집 리모델링을 맡은 건축가 아담(스티브 마틴) 역시 제인에게 구애한다.

로맨틱코미디의 장인 낸시 메이어스의 장기는 이런 거다. 이를 테면 여자의 마음을 모른다면 과감히 여자가 되어보는 것. <왓 위민 원트>의 닉(멜 깁슨)은 얇은 스타킹이 행여나 찢어질세라 고이 신고, 제모의 수고스러움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의 고통을 십분 헤아리는 동안 사랑을 알게 된다. 이때 먼저 수반되는 것은 사랑이 아닌, 여성 곧 인간에 대한 이해다.

메이어스가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제인에게 다가가는 것도 바로 <왓 위민 원트>의 닉을 조명할 때와 다르지 않다. 사랑은 일단 빼도 좋다. 자신보다 스무살이나 어린 여자와 눈맞아 이혼한 남편은 그녀의 인생에 없다. 좋은 신랑감을 맞아 결혼을 준비 중인 큰딸이 있고, 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있다. 왕성하게 운영 중인 베이커리숍 덕분에 오랫동안 바라던 건물 리모델링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안온함과 허전함은 한끗 차이다. 자식들은 모두 제 갈 길 떠나고 눈가의 처진 주름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에 접어들어서야 그녀는 다시 상기한다. 사랑 없이 남겨져야 할 자신의 쓸쓸함을.

<사랑은 너무 복잡해>의 진짜 사랑은 이 지점부터 시작된다. 제인의 허한 공백기를 파고들어온 감정의 수많은 갈래들로부터 메이어스는 황혼기의 사랑과 섹스의 즐거움, 누군가를 배신하는 것에 대한 죄의식과 돌이킬 수 없는 지나간 사랑까지, 사랑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복잡다단하게 나열한다. 지나간 사랑인 전남편과 젠틀한 건축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제인의 고민은 중년 여성 아만다(다이앤 키튼)가 딸의 연인과 그의 주치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메이어스 최고작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영화가 재밌는 건 갑작스런 사랑에 휘말린 이 순간에도 사랑을 포괄하는 더 큰 개념은 인생이라는 점이다. 스크루볼코미디를 연상케하는 티격태격 말꼬리 잡기에 신난 제인과 제이크. 성적인 희희낙락과 연애의 감정에 휩싸인 그들의 상황을 더할 나위 없이 코믹하게 그리면서도 메이어스는 그들 주변의 가족을 잊지 않는다. 사랑이 단순히 둘만의 감정으로 끝나버릴 쉬운 게임이 아닌, 따져봐야 할 것도 버려야 할 것도 너무 많은 어려운 인생이라는 게 사랑의 결론일지 모른다. 나이 먹는 감독처럼 그녀의 로맨틱코미디도 풍성한 결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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