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9살의 말리크(타하 라임)는 6년형의 선고를 받고 감옥에 들어간다. 가족도, 친구나 원수도, 신앙도 없는 그에게 감옥은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다. 늘 혼자 지내던 그에게 감옥을 장악하고 있던 코르시카 갱 두목 루치아니(닐스 아르스트럽)가 접근해 어떤 소송의 중요한 증인인 아랍계 수감자 레예브를 살인하라고 강요한다. 임무에 성공하면 뒤를 봐주겠다는 조건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레예브를 살인한 말리크는 루치아니의 신임을 얻게 되고, 그의 지도 아래 감옥의 정치학을 하나하나 익힌다. 감옥 안팎에서 조직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거물로 성장한 말리크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간다.
거래는 결핍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말리크는 코르시카 갱 두목 루치아니가 탐낼 만하다. 감옥에 갓 들어온 애송이인데다 감옥 내 주요 범죄조직인 코르시카, 아랍계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아서 목표물인 레예브에게 접근하는 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설령 살해에 실패하더라도 루치아니 자신과 조직의 손에 피를 전혀 묻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까지 갖췄다. 말리크 역시 루치아니의 힘이 필요하다. 읽고 쓸 줄 모르고 어수룩한 탓에 질 나쁜 동료 수감자들에게 신발을 뺏기고, 폭행당하는 등 수감생활 하루하루를 불안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가 감옥 내 범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이 험악한 곳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자크 오디아르 감독은 말리크가 서서히 범죄 거물로 성장하는 과정과 감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밀도있게 담아낸다. 코르시카와 아랍 조직 사이의 갈등, 살해, 복종, 간수 회유, 마약 밀매 등 서로 다른 사건들이 꽉 짜이게 배치돼 인물과 극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때로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여백을 두어 ‘왜 인물이 저렇게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때 관객이 이입하는 시점은 말리크다. 순수했던 말리크가 조직에 들어갔을 때는 더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이 들다가도, 그가 점점 범죄 거물이 되어 갈 때는 파멸될까봐 걱정스럽다. 연약한 인상에서 야심만만하고 냉혈한 면모까지, 말리크의 여러 면모를 아랍계 배우 타하 라임은 설득력있게 표현한다. 2시간30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예언자>는 장르적 쾌감을 비롯해 환경에 의해 변모해가는 한 인간에 대한 탐구, 또 다른 사회의 축소판인 감옥의 냉혹한 정치학, 프랑스 사회 내 소수자인 이민자 계급의 갈등 등을 역설한다. 근래 보기 드문 범죄영화의 수작이라 할 만한 <예언자>는 장 피에르 멜빌의 영화를 처음 봤을 때처럼 설렌다. 이 작품은 2009년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했고, 2010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