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하트>에서 컨트리 가수 배드(제프 브리지스)와 사랑에 빠지는 진(매기 질렌홀)은 4살 난 아들을 둔 싱글맘 저널리스트다. 매기 질렌홀은 그녀를 이렇게 표현한다. “부드럽고, 조용하고, 복잡한, 정말 여성적인 여자다.” 질렌홀이 자신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형용사들은 실제 그녀에게도 그대로 맞아 떨어진다. 캐릭터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녀는 장면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심지어 삭제된 장면까지 설명한 뒤 빠진 것이 없는지 덧붙여가며, 빠른 속도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성의껏 대답했다. <크레이지 하트>로 올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매기 질렌홀을 LA에서 만났다.
-저널리스트로서의 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진은 글을 잘 쓰는 저널리스트다. 그렇지만 글솜씨에 비해 인터뷰하는 능력은 아직 초보다. 진을 연구할 때 노련한 저널리스트를 참고하지 않고, 재능은 있지만 갓 업계에 발을 들인 저널리스트라 생각하고 준비했다. 그래도 배드를 두 번째로 인터뷰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갖가지 모든 정보를 다 끌어냈던 것 같은데, 기자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웃음) 물론 의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에게 다가가면서 얻게 된 것이긴 하지만.
-어떤 작품을 하든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내 연기한다고 알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자신의 어떤 면을 끄집어냈나. =어떤 작품이든 깊은 곳에 숨겨진 내 모습을 밖으로 보여주게 되는 것 같다. <크레이지 하트>를 만들 때 딸이 2살 정도였다. 엄마가 되고 나서 본격적으로 다시 일을 하는 기분이었다. <다크 나이트>는 총 여덟달 촬영 중 나의 분량이 15일뿐이어서 무게감이 달랐으니까. <크레이지 하트>를 하면서는 예전처럼 일하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내 속의 뭔가를 마음껏 표현하고, 나를 불태우는 것 같은 기분을 정말 다시 느끼고 싶었다. 아이를 가지면서 겪는 변화는 정말 엄청나잖나. 그래서 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말이 빨라지면서) 진은 ‘좋은 엄마가 되어야 해, 혼자서도 잘 꾸려가야 해, 그래야 해’를 수없이 되뇌고 숨막혀하며 사는 여자다. 그러다가 배드를 만나게 된다. 배드가 아닌 누군가를 만났어도 사랑에 빠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둘은 정말 서로 교감했거든. 배드를 처음 만났을 때 진은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아, 정말 나를 위한 무엇인가가 너무나 고파. 그게 나한테 안 좋은 것이라도 상관없어. 아니, 차리리 나쁜 게 더 좋겠어. 그게 옳건 나쁘건 상관없어. 지금 당장 정말 나만을 위한 무엇인가가 필요해.’ 그 기분을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속에서 발산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나는 엄마만이 아니라고, 나는 배우라고!
-예전 인터뷰에서 당신은 엄마가 됨으로써 좀더 삶을 바라보는 데 깊이가 생긴다고 했다. 엄마가 된 게 당신의 삶을 좀더 쉽고 편안하게 여길 수 있게 만드는 것 같나. =흠. (난감한 표정으로)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떻게 삶을 쉽게 만들 수 있는지 나로서는 상상이 안된다. (웃음) 영화 속의 내가 달라진 것은 느낀다. 진을 보는데, 저 여자가 어떨 땐 진짜 나약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껏 맡은 캐릭터들은 다 강했다. <세크리터리> 때만 해도 수줍어하기는 했지만 에너지로 똘똘 뭉친 캐릭터였잖나. 그래서 <크레이지 하트>를 보면서는 당황스럽고, 솔직히 창피했다. 실제 나의 나약함이 캐릭터에 묻어나는 것 같아서 말이다. 같이 시사를 본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이러더라. “진이 약하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 순간 이 작품은 나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좀더 성숙한 작업이란 걸 깨달았다. 어른으로서 만든 작품인 거다. 그래서 자랑스럽다.
-배드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낸다. 창조와 고통이 언제나 불가분적 관계라고 생각하나. =때때로. 글쎄, 우리는 모두 결함투성이의 존재다. 그래서 고통스러워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감정이 솟아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예술이다. 누군가가 묻더라. 왜 진이 배드와 같은 나쁜 남자에게 빠지냐고. 그런데 삶이란 게 그렇지 않나? 언제나 완벽한 사람만 만나는 건 아니잖아. 배드와 진은 결국 헤어짐으로써 정말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