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트시네마 운영진, 영화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서울아트시네마는 그간 시네마테크를 운영하면서 평가도 좋았고, 운영상의 잘못도 없었다.” 지난 3월3일, 낙원동을 찾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말이다.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을 비롯해 서울아트시네마 운영진과 가진 간담회 자리였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인촌 장관은 “시네마테크가 영화인들의 귀중한 공간으로 자리잡는다면 왜 도와주지 못하겠냐”며 “시네마테크 전용관 설립도 서울시와 협의할 것이고 현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공모를 진행하는 영진위의 입장도 있으니 공모에 참여해 영진위의 체면도 살려주면서 서울아트시네마도 실익을 찾는 상생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희문 위원장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모는 필요하지만, 서울아트시네마와 경합할 만한 단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유인촌 장관의 말은 뭔가 되물어야 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 같다. “평가도 좋았고 운영상의 잘못도 없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면 공모는 왜 한 걸까. 조희문 위원장에게도 되물어야 할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와 경합할 만한 단체가 있을 것 같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면 왜 공모를 추진했나. “그래도 공모는 필요하다”는 입장도 문제가 있다. 지난 2월18일에 마감한 1차 공모 때는 지원자가 없었다. 만약 재공모를 추진한다고 했을 때, 이날 장관과 위원장이 서울아트시네마밖에 없다고 천명한 것은 공모에 응할지 모르는 다른 단체들에 ‘지원하지 말라’고 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그렇다면 재공모를 한다 해도 결국 공모도 뭣도 아닌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스로 ‘내정’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니 말이다.
서울아트시네마에 대한 유인촌 장관과 조희문 위원장의 말을 다른 곳에 적용해볼 수도 있다. 이날 유인촌 장관은 “(서울아트시네마는) 자금문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졌던 미디액트와 달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아트시네마를 다른 사안과 구분짓는 발언이지만, 3월4일 미디액트쪽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디액트는 8년간 영진위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을 위탁 운영하면서 이용자는 물론 영진위 및 문광부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2007년에는 문광부 표창장도 받았고, ‘자금문제’가 불거진 적도 없고, 회계운영에서도 영진위 및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적이 없다. 미디액트 역시 “평가도 좋았고, 운영상의 잘못이 없었다”는 것이다. 독립영화전용관 또한 운영 실적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와 관객을 만나게 하면서 “영화인들의 귀중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이었다(그렇다면 “왜 도와주지 못하겠나”). 영화아카데미를 대하는 그들의 입장도 어떨지 궁금하다. 봉준호, 최동훈, 임상수 등의 대표감독들을 양성한 것을 비롯해 장편영화제작연구과정 결과물들이 칸이나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되는 등의 성과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일까. 결국 유인촌 장관과 조희문 위원장의 말은 처음부터 공모제 자체에 뚜렷한 명분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 됐다. 그나마 명분이 있다면, 지난 2008년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을 이행하고 있다는 제스처로서의 명분일 것이다. 즉 유인촌 장관이 말한 “영진위의 체면 살리기”다. 그런데 과연 이런 공모제가 영진위의 체면을 살려주는 게 맞는 걸까? 각종 지원사업의 성과는 영진위의 성과이기도 하다. 명분도 없는 공모로 성과를 뒤엎으려는 건 자신들의 체면을 깎아내리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