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총 3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 <이상한 여자>는 니콜라이 고골의 <비이>를 각색해 <마녀의 관>이라는 영화를 만들려는 한 영화감독의 이야기다. 우울증에 걸린 감독은 캐스팅한 신인 여배우에게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데, 자기만의 환상에 빠지면서 그녀에게 어떤 일(?)을 저지르게 된다. 2막 <마녀의 관>은 1막에 등장했던 배우들이 공연하는 연극 버전 <비이>다. 3막 <커튼콜>은 주점에서 밴드 일을 하는 시각장애인 앙리 박이 밤에는 극단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는 내용이다. 앙리 박을 미행한 그의 룸메이트가 극단 연습실을 훔쳐보다가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된다.
아무리 각색을 잘해도 원전을 넘어서기란 어렵다. 지방색이 강한 작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특히, 러시아 대문호 고골의 두 번째 소설집 <미르고로드>에 수록된 <비이>(VIY)는 영화감독들이 각색을 꺼려하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비이’는 우크라이나 민간신화에 등장하는 환상적인 존재로, 원전 특유의 음침함을 다른 지역에 맞게 해석하기가 까다로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호러무비의 거장 마리오 바바가 연출한 <블랙 선데이>(1960) 정도를 제외하고는 그동안 많은 작품들이 <비이>의 각색에 실패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마녀의 관>이 <비이>를 각색한 것은 참으로 용감하다. 아니, 겁이 없다고 해야 하나.
영화는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모두 예술을 매개로 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감독과 여배우 사이의 미묘한 감정(1막 <이상한 여자>), 연극 <비이>의 특정 장면을 통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2막 <마녀의 관>), 역시 연극 만드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3막 <커튼콜>)를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박진성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의 자기반영적인 생각과 공포의 본질을 말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야기가 너무 추상적이라 그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왜 지금 이 영화를 만들려는 것인지’ ‘이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등을 영화에서 전혀 알 수가 없다. 영화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에게 ‘정말 이 영화가 무슨 이야기인지 알고 하는 연기인가요’라고 묻고 싶을 정도다.
진지하다고 해서 모두 예술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에게 쉽고 친절하게 다가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 아닐까. 그런 면에서 <마녀의 관>은 감독의 예술적인 자위행위만 남은 작품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