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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공모절차 하자 있다
이영진 사진 오계옥 2010-03-02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자 선정 과정에 대한 영진위의 해명에 반박한다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전용관 운영자 선정에 대한 영화진흥위원회의 2월1일 긴급 기자회견. 이후 조 위원장은 국회에서도,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뾰족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2월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관련 기관 업무보고는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위원장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민주당 조영택, 천정배, 최문순, 전병헌 의원은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자 선정이 “해당 사업의 심사세칙까지 어겨가며” 파행적으로 진행됐다며 조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지만, 조 위원장은 국회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심사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날 국회 업무보고는 공모사업 심사회의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질의가 이어졌으나, 조 위원장은 꿈쩍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했다. 2월22일 영진위 전체회의에서도 조 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내용의 발언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위원장만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같은 날 영진위가 ‘공모절차 하자 없다’는 제목으로 낸 보도자료는 공모가 하자투성이였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해명 대신 모순만 드러내고 있는 영진위의 주장을 검토, 반박한다.

시민영상문화기구와 문화미래포럼의 관계는

“1차 공모 때 문화미래포럼 사업계획서를 작성했던 일부 인사가 독자적으로 시민영상문화기구를 만들어 2차 공모에 신청한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서의 내용이 유사한 것이다. 그런데도 심사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은 사업신청단체의 구성과 사업계획이 달라졌고, 1차와 2차 심사위원이 변경되어 나타난 결과로 판단된다.”(영진위 보도자료 ‘공모절차 하자 없다’)

조희문 위원장은, 시민영상문화기구는 1차 공모에 응하지 않았고 문화미래포럼은 2차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고 여러 번 밝혔다. 국회에서도 조 위원장은 ‘영진위가 무슨 범죄집단이냐’며, 1차 공모에 응했던 문화미래포럼과 재공모를 통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별개 법인이라고 주장했다. 사람과 조직 구성도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진위의 영상미디어센터 재공모 최종 심사회의록은 조 위원장의 발언과 어긋난다. 심사위원들은 시민영상문화기구 대표자에게 1차 공모 때 문화미래포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나 재공모 때 따로 사업계획안을 제출한 영상기술학회와의 관계를 물었다. 시민영상문화기구 대표자는 “처음 공모시 컨소시엄으로 제출했는데 이번에는 조직 구성과 시스템을 좀더 전문화하기 위해 나누게 되었다”고 답했다.

이는 천정배 의원의 지적처럼 “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문화기구가 동일함을 자인한” 것이다. 심사회의록에서 시민영상문화기구 대표자는 1차 공모에 응했다고 말하고 있다. 심사위원 또한 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문화기구가 다르지 않은 단체임을 염두에 두고 질문했다. 영진위의 보도자료 주장처럼 ‘(문화미래포럼의) 일부 인사가 독자적으로 2차 공모에 응했다’면 심사위원은 별 상관없는 시민영상문화기구와 영상기술학회의 관계를 왜 물었을까. 설령 그런 질문이 나왔다고 치자. 시민영상문화기구 대표 또한 1차 때 공모에 응했던 문화미래포럼과 시민영상문화기구는 별개의 단체임을 강조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문화미래포럼 소속 심사위원들을 문제삼는 건 그런 정황 때문이다.

심사위원 결정은 무조건 신뢰?

“운동 스포츠도 구간기록이 결승(최종) 기록으로 가지 않는다. 심사위원들이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서 낸 평가결과이기 때문에 내가 뭐라고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심사위원들이 평가를 했다면 신뢰를 하고 존중을 해야 한다.”(2월19일 최문순 의원이 재무상태나 인적구성이 앞서는 공모 업체들이 해당 심사항목에서 선정업체보다 더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대한 조희문 위원장의 답변)

최문순 의원은 2월19일 보도자료를 내 “선정업체 두곳(시민영상문화기구,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 경쟁업체보다 자체 자금조달 능력, 전체사업예산 규모, 인적구성 등 모든 면에서 현저히 떨어졌음에도 관련 평가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최문순 의원실에 따르면,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의 경우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이하 한다협)의 재무상태는 8400만원으로, 공모에서 탈락한 인디포럼 작가회의의 1억6600만원의 절반 수준밖에 안된다. 인적구성 또한 9명으로, 인디포럼 작가회의 16명에 미치지 못한다.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또한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가 운영자로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보다 재무상태(4억4200만원), 인적구성(21명)에서 앞서 있다. 게다가 시민영상문화기구의 인적구성 15명 중 실명과 이력이 기재된 이들은 불과 6명이다.

하지만 인적구성 및 재무상태 평가점수는 시민영상문화기구나 한다협이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와 인디포럼 작가회의보다 12점씩 더 받았다. 참고로 시민영상문화기구와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의회의 공모 점수 총점은 불과 2점 차이다. 조희문 위원장은 스포츠에 비유해 “구간기록만으로” 심사가 진행되진 않는다고 했다. 정작 논란은‘구간기록 측정 자체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이다. 최문순 의원이 “초등학생도 다 아는 산수 아니냐”고 힐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사업계획서에 대한 평가가 일종의 예비심사였다고 주장하면 모르겠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이 후보업체를 두고 신중한 토론을 행한 흔적은 심사회의록 어디에도 없다.

회의록 조작 의혹 미스터리

“언론이나 국회에서 회의록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는 확정된 자료가 아니라 실무자가 임시로 작성 중이던 초안이며 심사위원 전원의 확인과 서명 날인한 것이 최종적으로 정리된 회의록이다.”(영진위 보도자료 ‘공모절차 하자 없다’)

2월19일 국회에선 영진위의 심사회의록 조작 의혹까지 불거졌다. 최문순 의원은 1월29일에 영진위가 제출한 심사회의록에는 시민영상문화기구와 한다협 모두 심사위원 5인 중 3명의 찬성을 얻어 운영자로 결정되었다고 되어 있는데 2월16일에 영진위가 제출한 심사회의록에는 만장일치로 바뀌었다면서 그 이유를 따졌다.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의 서명이 들어간 것이 회의록 원본이며 (1월29일에 제출한) 회의록은 실무자가 간단한 메모 수준으로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독립영화 전용관 운영자 선정 심사세칙에 따르면, “최종 지원대상 사업자 결정은 제12조에 의한 평가기준을 근거로 재적위원 2/3 찬성으로 결정한다”. 하지만 영진위가 1차 제출한 회의록에는 “지원대상사업자 결정이 재적위원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되어 있으며, “심사세칙에 따라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가 선정됐다”고 적고 있다. 반면 영진위가 진짜 회의록이라고 주장하는 2차 제출 회의록에는 “심사세칙에 따라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결정하자”고 되어 있고, 결정 뒤 종합토론을 거쳐 만장일치 결과를 냈다고 되어 있다.

영진위는 이를 단지 ‘실무자의 착오’라고 말할 것인가. 심사가 끝났는데 심사세칙이 뒤늦게 바뀐 것인가. 5인 중 3인의 찬성을 재적위원 2/3 찬성으로 볼 수 없으므로, 1차 회의록에 따르면 한국다양성발전협의회를 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자로 결정한 것은 무효다. 이에 대한 최문순 의원의 질문에 조 위원장은 “그럴 수도 있고, 안 그럴 수도 있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냈다. 최종적으로 심사위원들이 날인한 2차 회의록에서 영진위 직원은 “심사위원 모두가 제출된 서류 및 PT 심사를 통해 충분한 평가를 했으므로… (중략)…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결정하자”고 제안했고, 심사위원들은 이에 동의했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이 적절한 사업자가 어디인지 의견을 내자 갑자기 “전체토론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재적위원 2/3 이상의 찬성이 없으므로 전체토론을 진행한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한 기록도 없다. 1차 회의가 메모에 불과했다면, 또 조 위원장의 말대로 따로 회의 진행과정을 녹음하지 않았다면, 2차 회의록은 과연 누가 어떻게 작성했는지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념론이나 색깔론은 원칙에서 벗어날 때 생기는 것이다. 나를 만나보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돌쇠’, ‘고집불통’이란 이미지가 있는 것 같은데… (중략)… 팩트로 이야기할 때는 별 문제가 없는 상대라는 반응이었다.… (중략)… 취임 두달이면 나에 대한 호오 판단은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지금까지 아무런 논란이나 소란이 없었다.” 조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조선일보>와 가진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영진위 내부에서조차 ‘영화진흙위원회’, ‘영화진상위원회’라는 말이 나오는 지금 ‘팩트조차 인정 않는’ 조 위원장에 대한 영화계의 호오 지수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