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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라이트먼] 코미디로 세상의 빛을 밝히다
강병진 2010-03-04

<인 디 에어>의 제이슨 라이트먼 감독

제이슨 라이트먼의 트위터에 직접 물어봤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기분이 어떤가. 놀랍게도 그는 약 20시간 뒤 답변을 달아줬다. “<주노>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을 때, 아버지가 오스카 부스에 전시될 내 사진을 찍어주셨다. 이번에는 사진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옆에 서 있게 됐다.” 그의 아버지는 <고스트 버스터즈> <유치원에 간 사나이> 등을 연출한 아이반 라이트먼 감독이다. 그리고 <인 디 에어>는 이들이 처음으로 공동 제작한 영화다. 덕분에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부자의 이름이 함께 올랐다. 말하자면 제이슨 라이트먼의 <인 디 에어>는 아버지에게 바치는 일종의 효도선물이다. 만약 <인 디 에어>가 작품상을 수상한다면 이들은 소감을 함께 말한 첫 번째 부자로 아카데미 트리비아에 기록될 것이다.

혹자는 그를 부모 잘 만난 운 좋은 아들로 볼 것이다(엄마인 주느비에브 로베르 역시 영화감독이었다). 본인도 아버지의 도움을 숨기지 않는다. “그는 내가 만든 영화뿐만 아니라 수학 숙제까지, 언제나 따뜻한 충고를 해준 남자였다. (웃음)” 하지만 그는 할리우드 정통 코미디에 장기를 가진 아버지와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다. 그의 영화사 ‘Hard C’ 사무실에 걸린 “전복적이고 독립적인 코미디, 하지만 이해가 쉬운 코미디”란 모토는 그의 영화세계에 대한 부족함없는 설명이다.

<인 디 에어>의 주인공은 직업전환 전문가인 라이언 빙햄(조지 클루니)이다. 말이 직업전환 전문가이지, 사실 해고통보 전문가인 그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해고를 통보하고, 해고를 당한 자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도록 조언한다. 사람들의 관계를 끊어주는 일을 하는 그는 자신의 삶에서도 관계 맺기를 두려워한다. 결혼도 안 하고, 집도 사지 않은 채 호텔과 비행기 안의 삶을 안락하게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제이슨 라이트먼은 이 남자의 삶을 통해 경제 불황에 빠진 미국의 단면을 그려내는 한편, 삶의 방식을 선택할 자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론가들의 호들갑도 주로 <인 디 에어>가 예리하게 포착한 현실에 기인한다. 로저 에버트는 “사람들을 고용했다가 내팽개치는 것을 다룬 <인 디 에어>는 이 시대를 위한 영화”라며 별 네개를 주었고, <워싱턴 포스트>는 “시대상을 완벽하게 반영한 작품이자 유머와 가슴, 그리고 머리를 가진 영화”라고 평했다.

IMDb의 유저들은 제이슨 라이트먼의 트레이드 마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정치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에 기반을 둔 코미디, 공들여 만든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 주인공의 내레이션.” 여기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해고통보 전문가처럼 주로 비호감에 가까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것이다. 첫 장편인 <흡연, 감사합니다>는 미국의 담배산업을 위해 일하는 담배연구학회 대변인의 이야기였다. 영화는 금연주의자들의 공격에도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하는 남자의 여정을 따르면서, 담배기업뿐만 아니라 금연정책가들까지 풍자한다. 그런가 하면 두 번째 작품인 <주노>는 어느 날 임신을 한 10대 소녀의 이야기였다. 심각하거나 우울할 수 있는 소재지만 소녀는 웃음을 잃지 않은 채 아이를 낳고, 사랑을 찾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담배, 10대 임신과 입양, 대량해고, 독신생활 등의 이슈에 단호한 관점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기본적이고 양극화된 규범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낀다.” 매번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들을 그려왔다는 것도 그가 가진 또 다른 재주다. “할리우드영화에 그런 캐릭터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더 쓰고 싶다. 그리고 난 항상 당차고 똑똑한 여성들과 사랑에 빠진다. 물론 그들 가운데 마지막에 만난 여자가 지금의 아내(배우 미셸 리)다. (웃음)” 제이슨 라이트먼처럼 배우와 관객, 평단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감동시키는 영화감독은 흔치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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