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떠나서, 삼성에 대해 나쁜 이야기를 하면 불행해진다.” 특수부 검사 출신 김용철 변호사는 1997년 8월부터 삼성 구조조정본부 팀장으로 근무했다. 법원 및 검찰에 대한 불법 로비가 주된 업무였다. 어느 순간 그는 더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을 했고 2007년 가을, 유서를 쓰는 마음으로 삼성의 비자금 문제와 불법 로비, 경영권 불법 세습 등을 밝히는 양심고백을 준비했다. 결과는? 우리 모두 기억하다시피 삼성에 대한 ‘거의 대부분의’ 무죄 판결과 이건희 전 회장의 특별사면이다. 이후 검찰과 삼성, 그리고 언론 모두로부터 변절자 취급을 받은 김용철 변호사가 이번엔 책을 썼다. <삼성을 생각한다>는 그 10여년 동안의 세월을 꼼꼼하게 기록한 고백록이자 고발서이자 백서다. “시사한 벼슬도 다 족보에 남기는데 ‘삼성 사장’이라는 벼슬은 왜 족보에 못 남기느냐.” 자신들이 실제로 대한민국을 지배한다고 믿는 이들의, 상상도 할 수 없는 범위의 조직적 불법 행위가 한국사회를 어떻게 오염시켜왔는지가 생생하게 폭로된다. 읽는 내내 고통스러운 고백서인 동시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기업 스릴러이자 한국 출판계에서 찾기 힘든 뛰어난 논픽션이다. 조폭누아르 대신 화이트칼라의 지능적 범죄스릴러를 개발 중인 영화인이 있다면 <삼성을 생각한다>를 권한다. <인사이더> 혹은 <대부> 시리즈만한 스케일과 치밀한 플롯에 관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