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마스터> 로저 젤라즈니 지음 행복한책읽기 펴냄 <집행인의 귀향> 로저 젤라즈니 지음 북스피어 펴냄
로저 젤라즈니는 과학적 세계관과 화려하고 서정적이기까지 한 문체를 결합시키며, 과학의 문제가 결국 인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음을 예민하게 묘파함으로써 SF의 진입장벽을 단숨에 낮춰버린 장본인이다. 먼저 중·단편 모음집 <드림 마스터>는 스타일과 소재에 구애받지 않은 채 SF라는 광대한 영토를 자유자재로 횡단하는 젤라즈니의 작가로서의 위대함을 실감케 한다. <드림 마스터> 중 단연 최고 걸작인 네뷸러상 수상작인 중편 <형성하는 자>는 환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꿈을 형성시키는 특수한 정신분석의 ‘셰이퍼’의 비극을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으로 고찰한다(영화 <더 셀>은 분명 여기서 영향받았으리라). 이외에도 신비주의와 과학주의가 결합되는 완벽한 선례로서의 <기사가 왔다>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 <복수의 여신>, 의외의 하드보일드적 면모라든가 스릴러의 호쾌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지옥의 질주> <상은 없다> 등의 숨가쁜 퍼레이드는 중·단편선집이 줄 수 있는 최상치의 매력이다. 한편 네뷸러상 및 휴고상 수상작인 중편 <집행인의 귀향>은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의 기본 전제에 흥미를 가진 독자라면 순식간에 사로잡힐 만하다. 인간을 다른 생물과 차별화해주는 사유, 그중에서도 특히 죄의식의 각성에 관한 진지한 통찰력이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