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arl Harbor 2001년, 감독 마이클 베이 자막 영어, 한국어, 타이어, 인도네시아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2.35:1 오디오 DD 5.1 DTS 5.1 지역 코드 3
확실히 마이클 베이는 CF감독 출신답게 미워하기엔 너무 폼나는 볼거리들을 줄기차게 선보여왔다. 문제는 그렇게 멋져보이는 그의 영화들이 흥행성적은 좋았지만, 점점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블록버스터 제조기 제리 부룩하이머와 손잡은 시점부터는 식상함을 넘기 시작했다. 그러니 아무리 <진주만>의 홍보팀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대서사시’라고 부르짖어도, 왠지 역사적 사실과 전혀 무관한 제작비의 축제일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밖에. 하지만 DVD 애호가들에게만큼은 <진주만> DVD는 일종의 축복이다. 엄청난 제작비를 퍼부어 만들어낸 화려한 볼거리들이 더할 나위 없이 깨끗한 화면 위를 수놓는데다가, 전투기를 이용한 폭격이 주를 이루는 전쟁물이기 때문에 사운드면에서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기 때문.
그런 예상된 장점 외에, <진주만> DVD에서는 메뉴화면 디자인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을 벌인다. DVD 타이틀 전체를 통틀어 고작 몇분밖에 되지 않지만 DVD의 숨은 얼굴마담 역할인지라, 최근에는 제작하는 쪽에서도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신경을 무척 쓰는 민감한 부분이다. 이번 <진주만> DVD의 경우에는 검은색 바탕화면의 정중앙을 가로로 긴 화면으로 나누고 그 안에 영화의 몇몇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집어넣었다. 그 길쭉한 화면을 좌에서 우로 비행기가 슈융-날아들면서 우아하게 정지화면의 형식으로 멈추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멋진걸…. 영화도 저런 느낌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쯧’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을 정도. 게다가 크기는 좀 작지만 메뉴화면의 분위기와 전반적으로 잘 어울리는 한글폰트를 적절히 사용한 점도 세련된 느낌을 배가시켜 좋다.
이에 반해 기대 이하였던 부분은 서플먼트들. 47분짜리 제작 다큐멘터리, 1분54초짜리 ‘일본인의 시각’, 페이스 힐의 뮤직비디오 이외에 극장용 예고편까지 들어 있으나, 기대급수에 비해서는 턱없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작 다큐멘터리의 경우 ILM의 CG와 특수효과에 대한 많은 볼거리를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상업적인 전개방식으로 일관해 역시 밋밋하다. 이는 아마도 내년 여름에 국내에서도 출시될 예정인 <진주만: 디렉터스 컷> DVD에 18시간 분량의 제작과정과 오디오 코멘터리가 빼곡이 실릴 예정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디렉터스 컷과의 차별화를 위해 지금은 그냥 맛보기만 하라는 지극히 상업적인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지역코드 3번임에도 불구하고 디스크 한장에 DTS도 없이 본편 영화와 뮤직비디오 한편만 달랑 들어 있는 대만판보다야 훨씬 나은 건 사실이지만 말이다. 김소연/ DVD 칼럼니스트 soyoun@hipop.com